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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16. 2023

@소통잡화점 908 <버릴 준비가 된 사람들>

@소통잡화점 908

<버릴 준비가 된 사람들>     


1.

“어차피 큰 기대 안했어요, 6개월이면 생각보다 오래 있었네요.”

김사원이 고심 끝에 사직서를 냈지만 팀장님 반응은 냉담하다.      

그리 서운하지도 않다. 김사원 역시 그리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처음부터 그들은 서로를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2.

“너와 제수씨 성향을 볼 때, 이러이러한 부분에 대해 서로 열심히 노력해야 잘살 거야. 내 말 새겨듣고.”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 그리 친하지 않은 선배가 조언 한마디를 던진다.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다. 나중에 오히려 그 선배가 결혼초기에 이혼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비관적인 사람은 자기의식의 흐름을 잘 모를 때가 많다. 이런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은, 비극적 결말을 기본 값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언뜻 노력하며 사는 적극적인 모습 같지만, 실은 처음부터 잘못될 미래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3.

같은 강도의 노력이라도 어느 쪽을 향하는 가에 따라 내용은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작은 선물에도 감동할 줄 알고, 상대를 위한 배려에서 기쁨을 느낀다.

     

반면 어둡고 탁한 공기를 마시며 성장한 사람은, 알게 모르게 안 좋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있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지만, 조금만 삐끗해도 큰 일이 생길 것만 같다. 늘 긴장하고 초조해한다. 어쩌다 안 좋은 결과가 생기면 이럴 줄 알았다는 푸념부터 튀어 나온다.     


4. 

“나는 무조건 잘 될 거야, 나는 나를 믿어.”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좋은 쪽으로만 생각해도 곤란하다. 낙관적인 사람은 좋은 면을 떠올리며 분발하는 사람이고, 낙천적인 사람은 현실과 상관없이 좋은 일만 생기길 기대하는 사람이다. 땅바닥에 발을 붙이고 노력하되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면 제일 좋다.     


비관적인 태도가 몸에 베인 사람은, 늪에 빠져 가라앉듯 서서히 자신을 파괴해 간다. 좋은 결과는 어쩌다 생긴 운좋은 일이고, 안 좋은 결과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었던 운명적인 일로 여긴다. 항상 불행과 실패를 염두에 두고 있으니, 슬퍼하거나 실망할 일도 없다.     


5.

김사원은 입사직후부터 매일 1시간씩 구직사이트만 들락거렸다. 신입으로서 익혀야 할 업무는 산더미이지만,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 아마 월급 1만원 더 주는 곳으로 옮겨도, 그 행동은 변치 않을 듯하다.     


팀장님도 김사원 교육프로그램을 제대로 가동한 적이 없다. 건성으로 말하고 대충 지시했다. 늘 라떼와 MZ만 운운한다. 두 쪽다 자신 때문에 관계가 허물어졌지만 끝내 알아차리지 못하고 상대 탓만 한다. 의욕적으로 노력해도 실망할 수 있다. 그래도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버리지는 말자. 그것이 바로 낙관보다 위대한 긍정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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