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22. 2023

@소통잡화점 912<참 쉬운 소통의 기본원리>

@소통잡화점 912

<참 쉬운 소통의 기본원리>     


1.

“다들 소통 소통하는데, 저는 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어요.” 

단언컨대 그런 생명체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지금 이 글을 읽는 이 순간마저도 당신은 어마어마한 소통 덕분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2.

소통의 말뜻에 대한 큰 오해가 있다. 일부러 내가 가진 생각을 전달하고, 또 애를 써가며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 대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소통은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이다. 이른 아침 거실창문을 열면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와, 온 집을 어루만지고 뒷베란다 창문으로 빠져나간다. 내가 애써서 바람을 초대하지 않아도, 저절로 들어왔다가 어느새 그렇게 흘러나간다. 소통은 그렇게 자연스러워야 한다.     


3. 

삼겹살 구워먹고 집안 가득 고기냄새가 가득차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창문열고 가만히 기다릴 여유가 없다. 선풍기 환풍기 총동원한다. 3분 만에 강제로 환기시키고 다시 집안을 쾌적하게 만든다. 물론 결과적으로 집안팎의 공기가 뒤바뀌기는 했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은 아니었다.     


“이제 우리 회사도 소통경영을 하겠습니다.”

매일 아침 직원들 소집하여 회의실에 각잡고 앉혀놓고 한명씩 돌아가면서 무슨 말이든 시키면 소통이 될까. 저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벌써 몇 명은 두통이 몰려온다. 소통은 그렇게 강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물이 아니다.      


4.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소통은 정말 놀랍다.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코와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 몸속의 이산화탄소는 밖으로 내보낸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영양분을 섭취하면, 한참 뒤에 노폐물을 배설하며 생리적인 소통을 마무리한다.     


소통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가 딱하나 있다. 식물이다. 햇빛만 있으면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니, 다른 존재와 구태여 교류할 필요가 없다. 하긴 식물의 광합성도 햇빛 이산화탄소 물이 있어야 가능하니, 엄밀히 말하면 자연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셈이다.     


5. 

소통의 1단계는 수용이다. 창문 꼭꼭 닫아걸고 버티면, 바람이나 다른 사람의 말이 절대 내 안으로 스며들 수 없다. 내 마음에 들든 말든 일단 나를 통과할 수 있게 창문부터 활짝 열어야 한다.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집중해서 듣고, 그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잘 접수해야 한다. 제대로 듣지도 않는데 남의 생각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 다음 2단계가 배출이다. 들어온 만큼 내보내면 된다. 상대방 말에 대한 나의 생각과 의견을 힘빼고 덤덤하게 털어놓자. 들은 말은 싹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내뱉으려 드니 소통이 안 된다. 내 속으로 잘 들어오게 하고, 또 잘 나갈 수 있게 길을 터주면 그것으로 소통은 끝이다. 그 소통이 제대로 안되니,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진다.


작가의 이전글 @소통잡화점 911 <내 판단의 성공률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