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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24. 2023

@소통잡화점 914 <스타트업이 먼저 알아야 할 내용

@소통잡화점 914

<스타트업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할 내용>    

 

1.

“응급실 전화번호는 몇 번이야?”

경희대병원 인턴으로 들어간 뒤 제일 처음 받은 미션은, 환자치료의 기본내용이 아니었다. 온 병원 중요부서의 전화번호 외우기부터 시작했다. 삐삐에 유선전화를 쓰던 시절이었으니, 번호를 모르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2. 

어떤 분야에 처음 진입하는 스타트업이 제일 먼저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진입하려는 그 세계는 어떤 룰이 지배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온라인 마케팅을 하려는 사람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생리, 그리고 포털이 돌아가는 기본원리부터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어디서 물건을 떼어오면 제일 싸고, 어떻게 팔면 마진이 많이 남는지 백날 묻고 다녀봐야 소용없다. 그 정도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천하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빨리 마음을 접는 편이 낫다. 일단 넓게 파라,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라, 기본에 충실하라……. 모두 같은 맥락의 조언들이다.     


3. 

의료인이라면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 사람 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본부터 잘 알아야 한다. 의대공부 10년 넘게 하지만, 실제 진료비 받는데 도움 되는 공부는 수련의 몇 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기본에 대한 투자다. 사람 몸을 다루려면 직접적으로 돈이 되든 안 되든, 그 정도 기본 개념은 가져야 나중에 큰 치료도 할 수 있다.     


“요즘 레지던트들은 분만할 때 수술장에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아요.”

가끔 의사 분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면, 큰 병원 과장님들이 무척 아쉬워하신다. 나중에 본인 선택으로 그런 치료를 하든 말든, 정규수련과정은 열심히 배워야 할 텐데 아예 처음부터 외면한다고 한다. 한의사중에도 그런 후배들이 간혹 있다. 본인 주종목 돈벌 아이템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4.

처음 입사한 김사원이 할 일은, 수천억짜리 기획안을 써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깜짝쇼가 아니다. 복사기가 고장 나면 어디 전화해서 고쳐야 하고,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회사시스템부터 확실히 익혀야 한다.      


플랫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파도가 칠 때마다 휘청거린다. 명색이 오퍼상이라는 사람이 환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으면, 엔화가 요동칠 때마다 큰 손해를 본다. 이런 일이 생길지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느냐며 하늘만 원망한다. 다른 경쟁자는 일본중앙은행에서 금리발표 하자마자 벌써 움직였다.     


5.

경희대한방병원 응급실전화 뒷번호는 9238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전화를 걸 수 있을 만큼 골수에 박혔다. 몇 년 전에는 써먹을 기회도 있었다. 눈앞의 환자분 상태가 심상치 않아 경희대로 가시라고 했는데, 응급실상태가 어떨지 알 수 없었다. 전화기를 들었더니 어느새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미국 이민가서 세탁소를 운영하려고 해도, 세탁 기술보다 미국공부를 먼저 해야 한다. 세무체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국인의 세탁패턴은 어떤지, 소모품은 어디서 사야 저렴한지 알아야 할 내용 천지다. 드라이 방법은 천천히 익혀도 되지만, 기본에서 한번 크게 무너지면 다음 기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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