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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25. 2023

@소통잡화점 915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법>

@소통잡화점 915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법>     


1.

“언젠가 운명적인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리라 믿어요.”

진짜 궁금하다. 과연 운명의 상대는 척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을까.      


혹시 얼굴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말 한마디 못 꺼내는 그런 상대를 운명이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연예인을 실물로 보면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다. 운명과는 아무 상관없다.     


2.

“회사도 저하고 궁합이 맞아야겠더군요. 저에게 맞는 회사를 계속 찾고 있어요.”

본인은 한사코 취향문제라 말하지만, 남들 눈에는 그저 더더더 좋은 조건을 찾아 헤매는 모습으로만 보인다. 큰 욕심 없다고 하는데도, 남 보기에는 따지는 내용이 아주 많다.     


정말 취향의 문제라면 동급의 선택지중 하나를 기꺼이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는 아무 선택도 하지 않는다. 비슷한 스펙의 선택지들만 주어지면, 하나씩 하나씩 나와 안 맞는 이유를 기가 막히게 떠올린다. 거절의 핑계로 밖에 안 보이는데 본인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우기니, 어떤 조언을 하기도 어렵다.     


3.

실은 처음부터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원하는 눈높이와 안 맞아서 계속 주저했을 뿐이다. 이 사람은 키가 작아서 싫고, 저 사람은 뚱뚱해서 싫고, 그 사람은 교양이 없어서 싫다는 말은 그 모두를 갖춘 완전체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키가 중요하면 체형에 대해서는 너그러워야 할 텐데, 모든 항목의 커트라인이 너무 높다. 물론 눈높이가 높아도 된다. 그 역시 본인 선택이다. 다만, 취향과 눈높이는 선택과정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취향은 비슷한 전투력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의 문제이지만, 눈높이는 내가 원하는 조건이 아닐 경우 선택 자체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4.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남자주인공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있다. 어느 날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온 운명의 상대로 생각한다. 기쁨도 잠시, 곧 한발 물러나 심난한 표정을 짓는다. 나만의 운명인줄 알았더니, 그녀를 보는 사람마다 다들 호감을 느낀다. 그 동안 생각했던 운명의 실체에 대해 다시 돌아보기 시작한다.     


훌륭한 차는 누가 봐도 멋있고, 대단한 풍경은 모두에게 근사하다. 누구나 좋아하는 대상을 나도 똑같이 좋아하고 있다면, 내 취향에 맞아서가 아니라 그저 그 대상이 대단해서다. 최상위포식자가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마음을 싸그리 훔쳐갔을 뿐, 내 취향에 따라 그 상대를 특별히 선택했다고 보기 어렵다.     


5.

자기합리화의 능력은 실로 대단하다. 남들처럼 아이유에 열광하면서도, 자신은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근거를 들어, 상대와의 특별한 운명을 창조해낸다.     


운명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운명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내 마음에 드는 회사나 배우자가, 하늘에서 똑 떨어질 때까지 감나무 밑에서 자리 펴고 누워있다면 기다리는 쪽이다. 반면 이 감이 맛있을까 저 감이 맛있을까 발품팔아 두드리고 만져보며 내가 먹고 싶은 운명의 감을 찾아다닌다면, 그는 머지않아 나만의 운명을 만난다. 내 운명은 내가 선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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