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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28. 2023

@소통잡화점 916 <너를 위한 충고라는 말의 정체>

@소통잡화점 916

<너를 위한 충고라는 말의 정체>     


1.

“다 자네를 위해서 하는 말이니,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그 말 듣는 순간 벌써 기분 나쁘다. 한여름 뙤약볕아래 운동장에서, 부동자세로 1시간동안 훈화말씀 들은 듯 급격히 피곤해진다. 차라리 나를 위하지 않아 주시면 좋겠다.     


2.

말하는 사람이 ‘기분나빠하지 말라.’고 미리 조건을 거는 이유는, 본인이 생각해도 기분나쁠만한 말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몇 번 시도해 보니 하나같이 똥씹은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본인도 선배나 상급자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분이 안 좋았는지 수도 없이 느껴보아서 잘 안다.     


그렇게 파장이 클만한 내용이라면 아예 말을 안 하면 된다. 기분 나빠질 미래를 뻔히 예측했는데, 비싼 밥 먹고 구태여 하루를 망칠 필요가 있을까. 공감불능인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 말을 했을 때 상대가 보일 반응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꺼내는 사람은, 과연 이 한 몸 희생하여 기어이 상대를 위하고야 말겠다는 구국충정의 심정일까.     


3.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내 눈에 거슬리는 행동이 포착되었을 때,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버럭버럭해 버리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잠시 진정하고 우아하게 혼내줄 방법을 찾는다. 옳지,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주는 척 말하면 되겠구나.     


결국 김대리를 위한다는 그 발언은, 사실상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 멘트다. 욱하는 마음을 조근조근 모두 쏟아 부은 뒤, 속으로 통쾌함을 느끼며 본인 마음만 편해지는 한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가 내 말을 듣고 어떤 기분일지는 신경도 안 쓰고, 순전히 내 기분만 위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4.

“아니, 그럼 후배가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가만 보고만 있어야 하나요?”

만일 정말 진심으로 상대의 발전을 위한 도움을 주고 싶다면, 사전준비를 철저히 거쳐야 한다. 지적하고 싶은 포인트가 정말 잘못된 행동은 맞는가. 그저 나와 취향이 다를 뿐 완성도 자체는 문제없는 상황이 아닐까. 이런 문제가 생긴 본질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내 생각이 확실히 정리되었다면, 논리적인 문장 몇 개로 정리해 본다. 감정적인 단어나 표현은 싹 걷어내야 한다. 이제 입으로 소리 내어 한번 말해보자. 시작 3초 만에 말이 빨라지고 톤이 높아진다면, 아직 끓어오르는 화를 다 없애지 못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이 문장을 내가 듣는다고 생각해보자. 나라도 기분 안 나쁘겠다 싶으면, 이제 김대리를 불러도 된다.     


5.

충고는 참 어렵다. 어떤 분은 아예 남에게 충고자체를 하지 말라고 한다. 기껏 좋은 말 해주어도 고마운 줄 모르고 투덜거리기만 한다며, 그냥 고생하도록 내버려 둔다. 이제 경기장에 막 들어온 초년생들은, 아는 내용이 적고 태반은 미지의 신세계다. 선배나 상사가 친절하게 이끌어주어야 뿌리를 내리고 잘 성장한다.     


“에이,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에요. 배울 생각 자체가 없다니까요.”

그 말을 그대로 뒤집으면 그들의 심정이 된다. “선배중에 제대로 가르쳐 주려는 사람이 없다니까요. 허구한 날 짜증에 화만 내려고 하시죠.” 선을 넘을 만한 위험한 조언이라도, 심사숙고하여 예의 있게 잘 전하기만 하면 상대가 얼마든지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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