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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29. 2023

@소통잡화점 917 <내게 다른 사람에 대해 묻는다면

@소통잡화점 917

<누군가 내게 다른 사람에 대해 묻는다면?>     


1.

“김대리 정말 좋은 사람이야, 꼭 만나봐.”

소개팅할 사람에 대해 중간 지인에게 물으면,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다.      


젠틀하고 우아하며 재미있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좋은 평가만 나온다. 잔뜩 기대하고 현장에 나가보면, 그런 사람 도대체 어디어디 숨었나 여기저기 찾아 헤맨다.     


2.

나는 알고 상대는 모르는 사람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상대방 본인이 직접 느끼고 판단하면 제일 좋겠지만,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제 3자인 내 생각을 묻는 경우다. 철천지 웬수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웬만하면 악담은 피한다. 본인 어휘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면 좋은 평가를 해준다.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든 한다리 건너서 아는 사람이든, 구태여 결점을 드러낼 이유가 없다. 말이 돌고 돌아 당사자 귀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나중에 내게 찾아와 따지고 항의할 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렇듯 남에게 평가를 부탁하여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는 정말 어렵다.     


3.

가끔 잘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누군가에 대해 물을 때가 있다. 나와 같이 근무한 적이 있거나 인연이 있는 사람에 대해, 내 판단과 평가를 듣고 싶어 한다. 어쩌다 한번은 좀 삐딱할 때도 있다. 내게 질문한 사람이 더 가까운 사이면, 거짓 정보를 말하기가 미안스럽다. “참 좋은 분이예요. 그래도 이왕이면 두루두루 면접을 많이 보고 결정해 보세요.” 이 정도 말한다.     


눈치가 빠르면 바로 속뜻을 알아차린다. 꼭 직접적으로 미주알 고주알 그 사람이 저지른 온갖 악행을 다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상대방도 뻔한 대답을 기대했다가 딱 2% 다른 멘트를 듣는 순간, 무언가 심상치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난한 문장 속에 가시 1개만 숨겨도 충분하다.     


4.

그럼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 대한 정보를, 간접적으로 나마 알아낼 방법은 전혀 없는 걸까. 있다. 조금만 센스를 발휘하면 된다. 내게 답하는 사람이 난처하지 않고,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도 크게 실례가 되지 않는 노하우다.     


바로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묻는 방법이다. 평가적인 요소를 쏙 빼고 기억에 남는 실제 일어났던 사실만 그대로 전해 달라고 하면 된다. “사무실에 폭우가 들이쳐 난리가 났는데, 휴일에 김대리 혼자 끝까지 남아서 다 치우고 갔어요.” “어머니 편찮으시다고 워크샵 빠졌는데, 그 다음날 어머니가 핸드폰 갖다 주러 들르신 적이 있어요.”     


5. 

때로는 같은 사건을 놓고도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말하는 사람을 거치면 거칠수록 각자의 주관이 추가되니, 나중에는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전하고, 판단은 듣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는 편이 제일 합리적이다.     


구체적인 사실은 생각보다 위력적이다. 막연하게 인성이 좋다는 말보다, 상황속에서 행동으로 직접 보여준 실제 데이터가 훨씬 임팩트있다. 이 사실을 거꾸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선생님이 화장실 청소를 시켜 다들 몸을 베베꼬고 있을 때, 번쩍 손을 들어보자. 평소 평판이 아무리 안좋았다 하더라도, 단 한방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 로또 당첨은 의외로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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