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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04. 2023

@소통잡화점 921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법>

@소통잡화점 921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법>     


1.

“저는 별 도움이 안 될 줄 알고,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요.”

아이고, 그때 손을 조금만 빌려 주었으면 일이 얼마나 쉽게 풀렸을 텐데 너무 아쉽다. 나는 그 사람이 가만히 있길래 그저 도와주기 싫은 줄로만 알았다. 도움을 잘 받으려면 상대와 소통을 잘해야 한다.     


2.

길거리에서 누군가 갑자기 픽 쓰러지면, 즉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심폐소생술, 즉 CPR을 빨리 하기만 하면, 귀중한 생명을 구할 확률이 높아진다. 통계에 의하면 급박한 상황이 벌어져도, 뻔히 바라보기만 할뿐 도와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다들 사악해서가 아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전문가도 아닌데 나서서 행동을 한 뒤 상황이 더 나빠질까봐 두렵다. 정확한 방법을 몰라도 된다. 드라마에서 본대로 가슴팍을 대충 꾹꾹 눌러주기만 해도 엄청 도움이 된다. 곤경에 처할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아주 간단한 미션을 부탁하며 부담을 덜어주면 상대는 흔쾌히 나선다. “김대리님, 이 문서 10부 출력만 좀 도와주세요.”     


3.

두 번째, 괜히 나섰다가 나중에 책임지라고 할까봐 겁난다. 영화처럼 목에 구멍을 내고 볼펜대를 박지 않아도 된다. 입안 구토 물을 긁어내고, 숨쉬기 편하게 옷을 풀어주는 행동으로 안전하게 도울 수도 있다. 도움을 청할 때 “중요한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이 간단한 부분만 좀 도와주세요.”하면 훨씬 낫다.     


세 번째,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니까 끼고 싶지 않다. 꼭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위급한 일을 당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겠는가. 서로 아는 사람 운운하면 다 같이 응급상황에 낭패를 볼 뿐이다. 업무상 곤경에 처할 때는 “지금 좀 도와주시면, 다음에는 제가 꼭…….” 보상책으로 협상하면 그나마 좋다.     


4. 

네 번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전혀 몰랐다. 숨쉬기 힘들어하며 쓰러지면, 상식적으로 누구든 응급이라고 여길까. 사람들은 의외로 남일에 별 관심이 없다. 술에 취했나 보다 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도와달라는 말을 해야 한다. 말 안하면 아무도 당신 속내를 모른다. “김대리님, 좀 도와주세요. 저 지금 너무 급해요.”     


다섯 번째, 도울 방법을 모르겠다. 상대가 위급한지도 알았고 도울 마음도 있다. 그런데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른다. 빨간 옷 아저씨는 119에 전화해 달라, 노란 옷 학생은 숨 쉬는지 확인해 달라고 딱딱 찍어서 말하자. 도움을 청할 때 막연히 도와달라는 말보다, 어디어디 무엇무엇을 해달라고 말하면 훨씬 수월하다.     


5.

세상이 무서워졌다고들 하지만,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로 전부 몸을 사리게 되었을 뿐이다. 누구든 도움을 청하기만 하면, 댓가없이 기꺼이 돕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차고 넘친다. 도와달라고 말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도와달라고 할지 고민도 안 해보고서, 사람들 무심하고 냉정하다고 한숨만 쉬고 있지는 않은가. 

    

누구라도 힘든 상황에 처하면 순간적으로 멘붕에 빠진다. 어떻게 대처할 지도 모르겠고, 주위 사람들은 팔짱낀 채 구경만 하는 듯 보이니, 그냥 주저앉아 울고만 싶다. 당신의 오해다. 그들 역시 안쓰러운 마음이다. 그저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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