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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05. 2023

@소통잡화점 922 <고수와의 인터뷰>

@소통잡화점 922

<고수와의 인터뷰>     


1.

“어쩌면 그렇게 야구를 잘하세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꿈나무 야구선수에게 류현진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면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까.      

준비를 잘 하지 않으면 막연하게 찬양하며 어버버하다, 싸인 받고 사진 한 장 찍은 뒤 헤어지기 십상이다. 내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소중한 기회로 삼으려면, 좀 더 특별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2.

첫 번째,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구체적인 성장과정을 묻는다. 지금 그 사람이 가진 뛰어난 능력은 아무리 따라하려고 해도 잘 안된다. 그 능력을 가지기까지의 과정을 알아야 나도 그처럼 쑥쑥 자랄 수 있다. 초보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순간 어떤 고난이 있었으며, 그때마다 어떻게 대처하며 이겨냈는지 그 경험을 물어야 한다.     


그 과정 중에 내가 이미 겪은 경험이 언급된다면, 내 과거와 비교하며 추가질문을 할 수도 있다. 새로운 방법을 배울 때 어떤 책이나 동영상을 보았는지, 큰 실수를 저지른 뒤에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곤경에 빠졌을 때 피드백은 어떻게 받았고 솔루션은 어디서 찾았는지 물으면 좋다.     


3. 

두 번째, 현재의 하루하루를 묻는다. 엄청난 축적의 시간을 보낸 뒤 지금의 실력을 갖추었으니, 실제로 그 능력을 발휘할 때는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는지 묻는다. 고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완벽한 루틴으로 익숙해져 있으니, 단계별로 하나하나 쪼개어 질문해야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 구체적인 하루 일과는 어떠한지, 경기에 나가기전 챙기고 점검하는 포인트는 무엇이지, 그날 경기에 대한 전략은 어떻게 세우는지 등을 묻는다. 무턱대고 김연아에게 비결을 물으면 “그냥 하는 거지, 뭐.” 썰렁한 대답 밖에 못 듣는다.     


4.

세 번째,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 대한 판단을 묻는다. 고수도 초보자 입장일 때는 선배나 선생님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내용을 무작정 따라했다. 엄청난 경지에 오른 지금 입장에서 그 시절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나 정리된 생각을 들으면 좋다.     


처음 배웠던 내용 중에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말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남들이 시켜서 하기는 했지만 무의미했다고 생각하는 행동은 무엇인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르게 해보고 싶은 포인트는 무엇인지 질문해볼 수 있다.     


5. 

고수의 경지에 이르면 의식흐름이나 행동패턴을 일일이 따져가며 처신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이고, 순간적으로 어떻게 결정할지 떠오른다. 고수에게 배우려는 마음이 있다면, 내 수준으로 고수를 백날 관찰해봐야 아무 데이터도 얻지 못한다.     


고수 스스로 자신에 대해 돌아본 뒤, 미묘한 포인트를 하나하나 짚어 주어야 초보자 눈높이에 알맞다. 꼭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고수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어떤 직종이든 남다른 고수의 향기가 풍기는 사람을 만나면, 위의 3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내 능력이 저절로 업그레이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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