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08. 2023

@소통잡화점 925 <만에하나 그런 일이 정말 생긴다면

@소통잡화점 925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정말 생긴다면?>     


1.

“어휴, 걱정마세요. 그런 일은 절대 안 생긴다니까요.”

항상 말이 씨가 된다. 믿고싶지 않은 일은 꼭 생기고야 만다. 지금까지 경험한 데이터가 수십만 건도 아니건만, 얄팍한 인간의 심리는 항상 안일한 쪽으로 흐른다.     


2. 

원시부족에 사과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사과까지의 높이는 2m인데, 부족민 8명은 손을 뻗어 펄쩍 뛰어도 197Cm 밖에 안되고, 2명은 아슬아슬하게 손이 닿는다. 사과를 몇 개씩 먹었을까. 딱 키 차이 1%만큼만 차이가 났을까. 기준이하는 성취가 0이고 기준이상은 100이다. 항상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단 1% 차이가 전체를 뒤바꾼다.     


작은 디테일차이는 상상이상 엄청난 격차로 드러난다. 국사책 사진아래 깨알 같은 글씨까지 읽은 사람만 100점을 맞는다. 98점과 100점을 단순히 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1% 작은 부분까지 집중하느냐 마느냐에서 승부가 갈린다.     


3. 

세계적인 골프선수들은 모두 스윙이 좋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팅 전부 완벽하다. 그 와중에 누구는 우승을 하고 누구는 1년 만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라운드 한번 72타 기준에 딱 1타 줄일 수 있느냐 없느냐 싸움이다. 4라운드면 4타차이가 나고, 순위표에서 찾아보기도 힘들어진다.     


야구는 더하다. 남들보다 10번 중 1번 안타를 더 치면 타율 1할이 더 높아지니 스타소리를 듣는다. 거기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100번 중 1번만 안타를 더 쳐도 1푼이 올라간다. 1푼만 높아져도 연봉 숫자가 달라진다. 프로스포츠에서 조차 최고와 평범은 약 1% 수준에서 엇갈린다. 그리 엄청난 격차도 아니다.     


4.

‘만에 하나’라는 말이 있다. 만 번 중에 한번이라는 뜻이다. 0.01%다. 만에 한번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좀 귀찮아도 잠자코 대비를 하자. 1%만 챙겨도 기립박수 받는 판에, 0.01%까지 챙기면 단연 톱클래스다.     


1년은 365일, 3년이면 약 1천일에, 30년이면 1만일이 된다. 30년동안 그런 일이 한번 생길까 말까 한다면 정확히 ‘만에 하나’에 해당한다. 30년이면 직장에 들어가 정년할때까지의 기간이고, 아이를 낳아 제대로 사람 몫하도록 키워내는 기간이다. 그중 딱 한번 생길까 말까 하는 일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살았던가. 설마를 제대로 이겨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5.

인생을 확률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해야 할 일이 하나도 없다. 공부 열심히 한다고 잘살 확률? 책 열심히 본다고 인생이 달라질 확률? 운동한다고 건강해질 확률?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결론만 나온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처럼 느껴진다. 하루 노력하든 안하든 별 변화도 없다. 많은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대세에 지장 없다는 쪽으로, 자기합리화식 결론을 낸다.     


사람 마음은 다 똑같다. 다들 어떻게든 편하게 지내면서 결과만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런 와중에 만에 하나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애매모호한 일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러니 인생역전이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그 디테일만 하나하나 주워 담아도, 어느새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소통잡화점 924 <두걸음 앞을 겨냥하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