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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11. 2023

@소통잡화점 926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머리가~

@소통잡화점 926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머리가 나쁜 걸까?>     


1.

“저는 제육볶음/ 저는 비빔밥/ 저는 된장찌개/ 저는 김치찌개...”

/“메뉴는 통일해야 빨리 나와. 이집은 순두부가 맛있어, 여기 순두부 5개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남 이사 떡볶이를 먹든 만두를 먹든 왜 참견하고 싶을까.     


2. 

“통일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 합리적인 의사결정 아닌가요?”

언뜻 일리 있는 말처럼 들린다. 문제는 남들이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데 있다. 10분 기다려도 좋으니 먹고 싶은 김치찌개를 먹겠다는데, 왜 남의 뜻은 묻지도 않고 무시하는가.      


꼭 통일을 원하면 공정한 후보출마를 거쳐 투표로 1위를 정하자고 제안해볼 수는 있겠다. 그나마도 나머지 사람들이 동의를 해야 OK다. 희한하게도 팀장님이 통일을 제안하면, 꼭 본인이 제안한 메뉴가 부전승 1위로 매번 우승을 차지하니 문제다.     


3.

이런 행동을 하는 심리는 매우 간단하다. 내 의견은 대단히 합리적이며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피같은 점심시간 10분을 아낄 수만 있다면, 메뉴선택의 자유 정도는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고 여긴다. 매일 먹는 점심이니, 아무 음식이나 빨리 먹고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주의다.     


살짝 불만스런 분위기를 감지하면, 2차 행동에 들어간다. 내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의 합리적인 사고과정을 주욱 설명하기 시작한다. 아, 말하면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기립박수라도 치면 어떡하나 눈치를 살펴야 할 지경이다.      


4.

‘이런 말을 듣고도 수긍을 못한다고? 이해력이 떨어지나?’

정답을 알려주고 해설까지 해주었건만 아직도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제는 상대방의 자질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머리가 나쁘거나 지적능력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사람을 깎아내린다.     


한마디로 세상에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딱 2종류 밖에 없다. 첫 번째, 내가 아는 지식을 아직 몰라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사람. 두 번째, 몰랐던 지식을 다 알고도 판단력 자체가 따라주지 않는 머리 나쁜 사람.

     

5. 

많이 공부하고 명석한 사람일수록 이 같은 지식의 저주에 빠질 확률이 높다. 물론 그 사람의 판단이 가장 합리적이고 정답에 가까울 수도 있다. 단, 잊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정답대로만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정답이 아닌 방식으로 산다고 해서 경찰서에 끌려가지도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 그 사람 입장에서는, 나의 솔루션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사람마다 자기 행동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서로 공유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소통을 하며 설득과 합의를 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신만의 영역에 대해서는, 어떻게 행동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 때로는 쿨하게 아무 상관없다고 여기는 무관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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