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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12. 2023

@소통잡화점 926 <눈앞 김대리 대신 머릿속 유령과~

@소통잡화점 926

<눈앞의 김대리 대신 머릿속 유령과 소통한다면?>     


1.

“이 업무는 이렇게 처리하는 게 상식 아닌가요?”

김대리는 실수 한 번 하고서 졸지에 몰상식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그 상식의 기준은 무엇인지 거꾸로 여쭤보고 싶다.     


2.

인턴 근무할 때의 일이다. 인턴은 정해진 소속과가 없으므로 일정기간마다 이과 저과 떠돌이 생활을 한다. 로테이션 시기가 되면 다음 과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는다. 레지던트나 교수님들은 인턴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저 어제까지 근무했던 전임처럼, 완벽하게 똑같이 행동하길 바란다.     


조금이라도 착오가 생기거나 해야할 일을 빠뜨리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조직이 원하는 부속품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야 우수사원이 된다. 새사람이 동료가 되었다는 생각보다, 자동화된 로봇역할을 기대하는 셈이다. 그 누구도 나에 대해서는 관심없고, 일처리가 빈틈없이 잘 돌아가기만 기대한다.      


3. 

일은 모두 사람들이 한다. 그들은 서로 소통하며 손발을 맞춘다. 소통이나 협업이라는 개념 없이 서로서로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으면 아무 일도 안된다. 내가 기대하는 완벽한 모습의 김대리는 내 머릿속에만 존재한다. 지금 관심가져야 할 대상은 내가 만든 가상의 유령이 아니라, 눈앞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바로 인간 김대리다.     


“집안청소도 안하고 도대체 뭐한 거야?”

내 와이프는 자기 직업에 충실하고 아이도 잘 돌보면서, 요리솜씨까지 탁월한 현모양처이길 기대한다. 눈앞의 와이프는 모조리 불만스럽다. 물론 와이프도 마찬가지다. 우리 남편은 퇴근하면 하루종일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친절하게 들어주고, 삐그덕거리는 소파도 척척 고치길 바란다. 물론 돈은 기본으로 많이 벌어와야 한다. 

    

4.

사람들은 누구나 환상을 가지고 산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면 이러이러한 복지를 기대하고, 그 기대에 어긋나면 기본이 안 된 회사라며 푸념을 한다. 그 회사가 어젯밤에 긴급회의를 열어 당신을 괴롭히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을까. 6개월 전에도 1년 전에도 그 회사는 그 회사였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당신 혼자 막연한 기대만 품었다.     


내 환상은 오랜 세월동안 차근차근 만들어졌다. 드라마속 회사장면과 친구회사 멋진 스토리가 하나하나 쌓여 어느새 백마 탄 왕자님이 탄생했다. 세상 그 어느 직장에 들어가도, 내 환상을 100퍼센트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이제 꿈을 깨야 할 시간이다.     


5. 

“팀장님 정도 되면 부하직원들 아이디어를 먼저 묻고, 하나하나 피드백해 주면서 자상하게 이끌어 주셔야 하지 않나?”

김대리도 팀장님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세상에는 그런 팀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팀장도 있다. 내 직속상관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외계인 취급해도 괜찮은가.     


내 머릿속 유령은 내가 만든 허상이다. 나의 당연함은 내가 그렇게 배우고 성장한 결과물일 뿐이다. 김대리는 김대리대로 팀장님은 팀장님대로, 모두 각자의 당연함을 기준으로 남들을 재고 판단한다. 이제 과감히 틀을 깨자. 섣부른 기대는 그만두고 상대방과 소통하며 정보부터 확인한 뒤, 어떻게 처신하며 합을 이루면 좋을지 대처방법만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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