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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13. 2023

@소통잡화점 928 <질문이든 대답이든 빙빙돌리지말고~

@소통잡화점 928

<질문이든 대답이든 빙빙돌리지 말고 핵심을 찌르자>     


1.

“여기 냉면은 면이 부드럽나요?”

/“저희 집은 양지로 육수를 내고, 비법 간장소스를 쓰고 있어요.”

“제가 소화가 잘 안되서 그러는데, 면이 부드럽냐구요.” 

전형적인 동문서답 패턴이다. 묻는 사람이 알고 싶은 내용만 간단히 대답해주면 그만이다.     


2.

어떤 환자가 내 병을 고칠 수 있느냐고 질문해도 마찬가지다.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디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주욱 늘어놓으면 대답이 될까. 이만큼 내 자랑을 하면 알아서 내 실력을 인정하겠거니 혼자 착각하는 중이다. 화려한 스펙과 눈앞의 환자는 아무 상관이 없다.     


경력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심리는 아주 간단하다. ‘내가 이 분야에 대해서는 왕이니, 아무 토를 달지 마시오. 내가 하라는 대로 무조건 따르셔야 하오. 내 방식으로 안 되면 대한민국에서는 아무도 못한다는 말이오.’ 상대가 넙죽 엎드려 나를 추앙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3. 

대부분은 질문한 환자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그냥 적당히 얼버무린다. 궁금한 내용을 속 시원히 듣지는 못했지만, 두 번 세 번 질문하기도 민망하다. 자꾸 물으면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 지도 두렵다. 전문가 분이 어련히 알아서 잘 처리해 주시겠지 그냥 넘어간다.     


알고 싶은 내용은 훨씬 직접적으로 물어야 한다. 이렇게까지 물어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물어야, 상대가 겨우 포인트를 언급한다. 이번 달 경제사정이 안 좋은데 카센터에서 여러 군데 손볼 곳이 많다고 한다. “저, 타이어는 얼마쯤 해요?” 애매하게 묻지 말고, “300만원 예산으로 급한 부분부터 고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4. 

대놓고 묻지 못하는 이유 역시 명확하다. 내가 잘 모르고 아쉬워하는 부분을 드러내기 싫어서다. 내 지식의 바닥이 드러나거나 안 좋은 처지가 알려지면, 상대가 나를 무시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빙빙 돌리고 엉뚱한 대화만 나누며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끝낸다. “아이가 학원끝나고 집에 올 시간이네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대학교수가 제일 어려워하는 질문은 따로 있다. 심포지엄에서 해외석학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따위는 얼마든지 받아칠 수 있다. “할아버지, 초전도체는 왜 공중에 붕붕 뜨는 거야?” 명절에 만난 초등학생 손자가 해맑은 표정으로 던지는 단순한 질문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5.

“냉면이 원래 부드러운 편이기는 한데, 그렇게 물으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상대방 질문이 너무 막연하다 싶으면, 반드시 되물어야 한다. 대충 알아듣고 대충 대답하려고 들면 안 된다. “아, 다른 집 냉면이 뻣뻣해서 드시기 힘드셨군요. 저희는 면에 육수를 부어서 바로 내어 드리니 굳지 않고 부드러워요.”     


질문자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이 나가면, 듣는 사람은 의심을 한다. ‘내가 물으면 안 될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나 보다, 비밀스런 부분이 들통 나게 생겼으니 저렇게 말을 빙빙 돌리나 보네.’ 초등학생의 마음으로 단순하고 심플하게 A를 묻고 A를 답하자. 오해도 안 생기고 소통도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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