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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20. 2023

@소통잡화점 933 <인간관계 문제는 대부분 쌍방부주의

@소통잡화점 933

<인간관계 문제는 대부분 쌍방부주의>     


1.

“겨우 이러려고 남으라고 한거야? 어휴~”

화장실에서 김대리와 이대리의 대화다. 10분전 박팀장과 대리 2명이 같이 짜장면을 먹고 일어섰다. 1시간 전 오랫동안 해외연수 다녀온 박팀장이, 처음 보는 팀원 2명과 퇴근 후 간단히 식사나 하자고 했다. 누가 잘못했는가.     


2.

박팀장은 나름 자부심을 느낀다. 또래 다른 팀장이나 윗상사였다면, 십중팔구 복귀 첫날 부서회식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거다. 그래도 나정도 되니까 시간을 아끼고 과음부담도 없는, 짜장면 대면식으로 때웠다고 생각한다.     


대리 두 명도 할 말이 많다. 1년을 다닐지 2년을 다닐지 알 수도 없는 이 회사에서, 구태여 상사나 동료와 사적인 관계까지 맺고 싶지 않다. 처음 얼굴보면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악수하면 됐지, 꼭 밥을 먹고 술을 마셔야 할 이유가 있는가. 게다가 근무 중 점심식사도 아닌 퇴근이후 시간이라니.     


3. 

본의 아니게 화장실 옆칸에서 대화를 엿듣게 된 박팀장은 무척 당황스럽다. 한편으로 화가 나고, 또 한편 서운하기도 하다. 다음 날부터 정확히 업무와 관련된 대화 외에는 말도 못 붙인다. 무더운 오후시간에 아메리카노 내기 사다리를 타고, 가끔은 떡볶이도 사고 싶지만 꾸욱 참는다.      


대리들은 또 그들대로 이 상황이 불편하다. 업무에 대해 더 자세히 여쭤보고 싶지만, 눈도 안 마주치고 단답식으로만 말씀하시니 감히 말을 못 꺼내겠다.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싶어 하루하루 거꾸로 복기해 보지만, 그렇게 큰 실수를 저지른 기억은 없다.      


4.

박팀장은 갑을관계의 소통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술자리는 과하니, 퇴근 후 간단히 짜장면이나 같이 먹죠?” 하급자에게 그런 질문은 사실상 통보다. 당신이라면 “싫어요.” 할 수 있겠는가. 상하관계의 소통에는 그나마 옵션이라도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예의다. “오늘 퇴근하고 짜장면? Or 내일 점심때 국밥집?”   

  

대리들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하급자는 하루 종일 입닫고 주어진 일만 해도 그만이지만, 관리자는 팀원 모두를 보듬어야 할 의무가 있다. 같이 사우나 가자는 것도 아닌데, 밥한 끼에 너무 정색하면 곤란하다. 시간대가 문제라면 정중하게 따로 의견을 말하자.     


5. 

인간관계에 정답은 없다. 내용을 잘 모르는 제 3자가 함부로 심판관 노릇을  하려고 들어도 안 된다. 누구나 각자 입장에서 상대에게 불만이 있지만, 상대방은 또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바로 이 시점에 소통이 필요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지 묻는 과정이다. 그 소통을 귀찮아하고 어려워하면 꼭 쌍방부주의 사고가 생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안봐도 비디오다, 요즘 사람들은 왜 그런지 몰라, 꼰대들 사고방식은 다 똑같지... 상대방 대신 어설프게 머릿속 자아와 대화를 나누어 봐야 소용없다. 이런 말하면 상대가 뭐라고 할지 두렵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예의를 갖추어 말하고 부탁하는데, 누가 대놓고 면박을 주겠는가. 말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무조건 참고 견디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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