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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21. 2023

@소통잡화점 934 <바꿀 수 없는 부분과 바꿔야 할~

@소통잡화점 934

<바꿀 수 없는 부분과 바꿔야 할 부분의 구별>     

1.

“매일 김치 담그는 대신 기성품을 쓰고, 그 시간에 밀가루 배합과 반죽 쪽으로 더 신경 쓰면 어떨까요?”

/“뭬야? 우리 칼국수 집은 직접 담근 김치가 생명이라구!!”     


사장과 매니저가 팽팽히 맞서고 있으면, 손님 입장에서 한마디 거들고 싶다. ‘사람들은 김치도 아니고 면발도 아니고, 시원한 국물 때문에 온다고요.’     


2. 

프로야구 역사가 오래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오래전 해태타이거즈를 좋아하던 분들은, 대부분 지금도 기아를 응원한다. 왜 그럴까. 지금은 김응용 감독은 고사하고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는데’ 말이다.


모기업마저 바뀌었으니 겨우 생각할 수 있는 연결고리는 타이거즈라는 이름과 연고지역 뿐이다. 타이거즈 이름이 그리 특별하지 않으니, 아마도 연고지역이 기아 팀의 본질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3. 

‘테세우스의 배’라는 유명한 명제가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그 테세우스가 맞다. 그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돌아오자, 아테네 사람들은 영웅적 행동을 기리며 그가 타고 온 배를 오랫동안 간직했다. 배의 나무판자가 썩기 시작하자, 하나 둘 새판자로 보수했다. 언젠가 배 전체가 새로운 재료로 다 바뀌는 날이 올 텐데, 그래도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조금 더 발칙한 상상을 해볼 수도 있다. 썩은 재료를 떼어낸 뒤 버리지 않고 그 옆자리에 차곡차곡 모아 낡은 배 모양으로 재조립한다면? 이전 배가 완전히 새로 태어나는 순간, 그 옆자리에 낡은 재료의 배도 완성된다. 그럼 이 시점에 배 두 대중 어느 쪽이 테세우스의 배인가.     


4. 

‘오리지널리티’라는 단어가 있다. 독창적인 특징을 말한다. 그 어떤 과정을 거치더라도 절대 훼손되면 안 될 고유의 정체성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역사를 되새기며 무조건 하던 방식 그대로를 고수해야 정통성에 문제가 없는가.     


오래된 행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따져보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도 그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 핵심을 알지 못하면, 엉뚱한 불편을 감수하며 혼자만 흐뭇해한다. 동아리나 학교, 회사, 집안에 수십 년째 내려오는 오래된 행사들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건의하는 바이다.     


5. 

안 중요한 부분은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버려야 할 부분을 계속 붙들고 있으면, 정말 지켜야 할 부분까지 놓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본 방식이라 하더라도, 우리 조직의 정신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과감히 시도해 보자.     


그 핵심가치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칼국수 집을 창업하신 할머니가 처음에는 김치로 승부수를 띄우셨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 손님들이 국물 맛으로 그 집의 특징을 규정한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조직은 구성원이 바뀌고 오너도 바뀐다. 리더의 소신과 고집 못지않게 세상이 인정하는 핵심가치도 한번쯤 고민해 보면 좋겠다. 김치맛 바뀐다고 삼대칼국수가 망할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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