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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22. 2023

@소통잡화점 935 <흔히 쓰는 익숙한 단어일수록~

@소통잡화점 935

<흔히 쓰는 익숙한 단어일수록 더 오해하기 쉽다>     


1.

“국이 싱거우니까 소금 조~금만 더 넣어주세요.”

백년 만에 솜씨 자랑하러 부엌에 들어온 남편은, ‘조금’에 대한 개념이 없다. 밥숟가락 하나 가득 소금을 쏟아 붓고는 의기양양해 한다. 국도 버리고 마음도 상하고, 상처만 남았다.     


2.

업계용어는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만 통한다. 주부들은 누구나 ‘소금 조금’을 금방 이해하지만, 제 3자가 그 뉘앙스까지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본인 상식수준으로 그 단어를 판단하고, 과감히 행동에 옮긴다. 그것도 평소와 달리 너무도 신속정확하게.     


베테랑은 초심자에게 말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특별한 전문용어가 아닌 상식적인 단어라고 방심하면 영락없이 사고로 이어진다. 초심자도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면 좋다. 아직 초보인데도 스스로 경력자인척 자만하고, 내용 확인조차 하지 않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3. 

병원에 뇌졸중 환자가 실려 왔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너무 심각하여 다들 긴장했는데, 머리 MRI결과를 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천만다행이네요, 괜찮으시겠어요.” 담당의사가 보호자에게 간략히 브리핑을 마친다.

     

2주일이 지난 뒤 겨우 팔이 올라가고, 다리를 꼼지락 거리기 시작한다. 보호자가 면담을 요청한다. “아니, 도대체 상태가 왜 이렇죠? 괜찮다고 하셔서 골프약속도 취소안하고 놔두었는데, 이대로 가면 다음 달 골프는 어떻게 치냐구요.”     


4.

의료진이 괜찮다고 한 말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의식을 잃을 정도로 뇌졸중이 크게 왔다면,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MRI를 보니 그래도 생명은 건지시겠고, 운좋으면 목발 짚고 혼자서 걸어 다니실 수는 있겠어요. 혈전용해제 쓰고 재활치료 몇 년 동안 잘 해봐야죠.’     


담당의사는 혼수상태인 환자를 보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든 죽느냐 사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하리라 기대했다. ‘괜찮겠다.’고 말하면, “어이쿠, 목숨은 건지겠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꾸벅 인사라도 하리라 생각하는 중이다.     


5.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는 말은 영어 알파벳 3개로 이루어진 무슨 특이한 약어가 아니다. 그런 말은 듣는 사람이 애초에 이해를 못하므로, 바로바로 질문하거나 검색이라도 한다.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용어인데도,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상황이 문제다.      


흔히 들어본 단어와 문장이니, 듣는 족족 이해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안다고 생각하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소통할 때는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다 같이 집중해야 사고를 막는다. 3살 어린아이가 뜨거운 냄비를 만지려고 할 때, “지금 뜨거우니까 <조금 이따가> 만져.”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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