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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25. 2023

@소통잡화점 936 <좋은 뜻으로 한 일은 비난받을~

@소통잡화점 936

<좋은 뜻으로 한 일은 비난받을 수 없는가>     


1.

“다 당신 잘되라고 한 일인데,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돼?”

사실 가만 있어도 그만이었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모습이 안타까워, 담요를 덮어주고 컴퓨터도 꺼주었다. 알고 보니 3시간 작업한 데이터가 저장 안 된 채로 날아갔단다. 그렇다고 감히 나한테 투덜거려도 되는가.     


2.

어벤져스의 타노스도 우주의 생명체 절반을 소멸시킨 나름의 선의가 있었다. 그 나머지 절반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혹시라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든 해를 끼치고야 말겠다는 사악한 존재를 만나본 적 있는가. 얄미운 박팀장님도 그 정도는 아니다. 신문이나 뉴스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물며 당신은 어떻겠는가. 그대는 남들보다 훨씬 우월한 존재 아닌가. 조금 귀찮거나 번거로워도, 상대가 나한테 투덜거리고 불친절해도, 기꺼이 참아내고 착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당신의 자비로움에 세상 그 누구도 돌을 던질 자격은 없다.     


3. 

바로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당신의 행동은 모두 선한 의도로 시작되었으니,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적인 칭찬만 기대한다. 상황에 따라 조금 안 좋은 행동을 했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나의 하늘같은 선의를 참작하여, 상대가 기꺼이 참아내야 할 부분이다.     


희한하게도 이 원칙이 남에 대해서는 반대로 적용된다. 남들은 왜 하나같이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내가 좀 잘되도록 도와주면 좋겠는데, 꼭 내가 해달라는 대로 안 해주고 일부러 나를 힘들게 하는 듯하다. 내가 가진 착한 마음을 반의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4. 

의도는 행동하는 자의 마음이고, 평가는 그 영향을 받는 자의 마음이다. 상대가 내 의도를 제대로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내가 상대의 마음까지 함부로 통제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내 의도가 선하든 악하든 상관없이, 상대가 느끼는 감정은 완전 별개다. 얄미운 상사가 배탈 났으면 하고 얼음 팍팍 넣어 드려도, “어이쿠, 이렇게 시원한 물을. 너무 고마워요.” 할 수도 있다.     


선한 마음이 감사의 보답으로 이어지면 가장 아름답다. 때로는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가 뒤틀리기도 한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고통만 안겨줄 때도 많다. 사람을 살리려고 응급처치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해가 되면,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다. 법적인 문제는 둘째 치고 살리려던 그 사람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      


5.

A.

“아, 정말 미안해. 그렇게 중요한 작업인 줄도 모르고 함부로 컴퓨터를 꺼버렸네. 다음에는 꼭 깨워서 미리 물어보든지 할게.”     


B.

“뭐라고? 감기걸릴까봐 담요 덮어주고 컴퓨터까지 꺼주었건만 고마운 줄도 모르고. 앞으로 절대 안 도와줄테니 그리 알아!”     


선택은 당신 자유다. 당신 태도에 따라 상대방 대응도 달라진다. 상대라고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이 없겠는가. 자신을 위하려다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뻔히 안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이 사그라들면,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다음을 위한 행동지침도 자세히 알려주기 마련이다. 내가 내 선의에 너무 매몰되어 변명만 늘어놓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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