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는 오늘 하루, 내일은 소통 한방011
"한의사가 침 잘놓고 한약 잘쓰면 되지, 환자 이런저런 하소연까지 챙길 수는 없쟎아요?"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후배 K가 또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하네요. 알레르기비염 환자분을 진료하면서 이러쿵저러쿵 언쟁이 있었나 봅니다.
"어휴, 그냥 저에게 필요한 몇가지 항목만 단답식으로 시험본 뒤, 진료비만 내시고 그냥 집에 가시면 좋겠어요. 몸이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 TV에 나오는 저런 병은 아니냐... 그런 이야기들 일일이 대답하려니 너무 답답해요."
슬슬 타성에 젖어가는 후배님 모습에 저 스스로를 잠시 돌아본 뒤 간단한 조언을 해주어야 겠네요.
후배 K는 참 부지런합니다. 학교다닐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고, 졸업한 뒤 한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꼬박꼬박 한의학책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짧은 조언 한마디는 '너무 게으르게 살아서 그런 트러블에 빠진다' 입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하루종일 성실하게 근무하고, 퇴근후에도 새벽 2시까지 책을 보다 잠드는 K에게 '게으름'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정신적인 게으름>입니다. 몸은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만 머리를 써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일상이 매일 비슷하게만 흘러갑니다.
로버트 G. 알렌은 [아들에게 알려주는 부자되는 좋은 습관]이라는 책에서 정신적인 게으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두사람 A와 B가 있다. 두 사람의 일당은 같지만 하루 일이 끝날때 A는 트럭 10대에 모래를 실었고, B는 절반인 5대 밖에 못 실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난 것일까? A는 정신적으로 부지런했기 때문이다."
A는 정신을 모아서 즐겁게 일하다 보니 효율적으로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결과도 좋아진 것입니다. B는 딱 급여만큼의 일만 하려고 마음을 먹었기에 매순간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15분마다 '언제 끝나나' 시계만 들여다 봅니다. 효율이 좋으면 이상합니다.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몸과 정신이 모두 성실해야> 합니다. 정신이 게으르면 몸이 아무리 성실하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은 제쳐두고 쉽고 간단한 자기 하고싶은 일만 위주로 합니다. 지금 이순간, 오늘하루, 이번 주, 이번 달... 큰 그림을 그려보지 않았으니 단편적인 업무외에 큰 프로젝트를 만들어 갈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자네가 한의사인 것은 맞아. 하지만 그 분이 반드시 한방으로만 고치려고 고집부리며 자네를 찾아오신 것일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고, 마땅히 믿고 물어볼만한 병원도 없고... 이런저런 생각 끝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네를 찾으신 거지.
자네가 평소에 늘 공부를 하면서 한방치료 자체에 대해 완성도를 높인 것은 잘 알겠어. 하지만 과연 그 환자분에게 그 치료가 최선일지 꼭 생각해 봐야해. 더 빨리, 더 간단히, 더 저렴하게 치료할 방법이 있다면, 잘 모르고 찾아오신 환자분에게 안내해드릴 의무도 있는 거야.
환자분이 이런저런 궁금증을 계속 물으신다는 것은, 자네가 제안하는 치료를 꼭 해야만 하는 필요성을 잘 설명하지 못했거나, 심지어 자네 스스로 그런 확신을 갖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
"그럼 약국에서 XX약 사먹고 7일 지내보고 안나으면 다시 오시라는 그런 말을 하라는 말씀이세요? 저한테 이득도 없는 그런 말을 하라구요?"
"시야를 넓게 가지고 생각을 크게 해봐. 그 환자분이 자네 말 듣고 약국 약으로 쉽게 나으면 자네를 그냥 잊어버리실까? 그 분이 살아가면서 한방으로만 치료해야 할 건강이상이 단 한번도 없으실까? 거꾸로 지금 당장 자네가 한방치료를 고집부렸다고 한들, 나중에 다니던 약국이나 내과에서 이런 간단한 방법이 있다는 말씀 들을 일이 없으실까? 그런 말씀 듣고나면 자네를 어떻게 생각하시게 될까?...
자네 고등학교때 수학 잘 했쟎아? <경우의 수>!!! 조금 귀찮더라도 하나하나 경우를 따져보면 결론은 상식적으로 쉽게 나올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이수역 경희은한의원
호르몬닥터 권영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