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기준'이다

속터지는 오늘 하루, 내일은 소통 한방010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아니, 하루에 대변을 7번 보는게 정상이냐구!!"

"아, 글쎄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술 좀 덜먹고 운동하면 금방 나아져!!"

진료실에서 부부끼리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남편 몸 상태가 안좋으니 치료를 받으라는 부인과, 별문제 없는데 괜한 호들갑이라며 윽박지르는 남편의 대결입니다.


그래도 남편분이 못이기는 척 부인 손에 이끌려 한의원까지 오셨다는 것은, 스스로도 불안감이 있으셨다는 뜻이니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치료에 들어가기보다 한번 더 돌다리를 두드리기로 합니다.

"선생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진찰해보니, XX와 ##의 문제가 좀 심하시고 저절로 좋아질 단계는 넘어선 듯 하네요. 한방치료 하시면 딱 알맞는 경우라고 생각은 되지만 생각이 확고하시니, 선생님 말씀대로 술과 운동관리부터 일단 해보시죠."





피터 드러커는 의사결정에 대해 3단계로 말합니다.

1단계. 의견이라는 가설에서 시작

2단계. 현실상황 속에서 테스트를 거침

3단계. 결과를 피드백해서 의사결정을 수정


가정이나 회사에서 의견충돌이 생길 때, 보통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물고 뜯으며 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자신의 의견만 무조건 옳다고 믿으며, 상대방을 무찔러야 할 적군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꿔봅시다. 상대방을 누르고 이기는 것만이 전부라면 구태여 같이 일하면서 서로 피곤할 필요가 없겠죠? 차라리 탁구나 게임을 하는 편이 낫습니다.


함께 핏대높여 논쟁을 벌이는 이유는 서로 같은 배를 타고 추구하는 더 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회사의 수익이 늘어나길 기대하거나, 우리사회의 정의구현을 바라거나... 아니면 남편과 아내,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소망합니다.


민주주의에서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권리는 있으나 무조건은 아닙니다. <더 좋은 의견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내 의견이 최고>입니다. 남의 의견을 겸허하게 들을 줄 알고, 더 나은 생각에 기꺼이 박수칠 용기가 없다면 내 주장도 강하게 말하면 안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기준>입니다. 막연히 좋다, 나쁘다는 정성적인 말은 서로 의견통일을 보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객관적인 수치로 기준을 정하고 기회를 준 뒤 나중에 평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정말 그 기준을 만족한다면 이익이 되어 모두에게 좋은 것이고, 기준에 모자라면 다른 사람 의견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기회가 되니 역시 좋습니다. 아무도 굴욕적으로 패배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진료실 상황입니다.

제가 갑자기 저런 멘트를 드리면 남편이나 부인이나 모두 놀라십니다. 부인은 기껏 한의원에 같이 왔는데 허무하게 치료기회를 날린다 싶어 아쉬워하시고, 남편은 별 기대 안했는데 본인 생각을 인정받으니 의기양양해 지십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1달 기한을 드릴테니 술과 운동으로 대변을 몇번까지 줄일 수 있으시겠어요? 3번? 2번? 좋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2번으로 <기준>을 정할테니, 그때까지 2번이 안되면 부인분 말씀대로 치료 열심히 받으시는 겁니다?"


1달뒤 다시 진료실로 들어오시는 아내와 남편. 부인분이 앞장서서 원장실 문을 벌컥 열고 환한 표정 지으시는 것을 보니 자세히 여쭤볼 필요도 없네요.


"그렇게 술 좋아하시던 분이 주 7회에서 주 3회로 줄이고, 주말마다 산에도 가셨다니 정말 최선을 다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노력하시고도 안되는 부분은 전문가인 제가 맡아서 치료해야 할 영역이니 이제 저에게 맡기세요."


열심히 노력한 남편도 결코 비난받으시면 안되니까요.

감사합니다.


사당동 이수역 경희은한의원

호르몬닥터 권영구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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