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과 100%의 차이는?

속 터지는 오늘 하루, 내일은 소통 한방009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선배님, 정말 답답하고 억울해요. 제가 뭘 그리 잘못했나요?"

대학에서 교수직을 하고 있는 한 후배가 오랜만에 찾아와 대뜸 하소연부터 늘어놓네요.


"제 환자중 한명이 @@병으로 ##증상이 심해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데, 진찰할 때 실수로 필요한 검사 한가지를 깜빡했어요. 어차피 동네병원 가셨으면 그런 검사 생각도 못하는 의료진이 태반일텐데, 그 검사 다시 좀 하자고 했다가 어찌나 타박을 들었는지..."





학교다닐 때 우리는 모두 똑같은 점수기준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100점입니다. 100점을 맞으면 만점이고 하나를 틀리면 98점, 95점... 점수가 깎입니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이 기준이 희한하게 바뀝니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위치의 업무를 처리하느냐에 따라 <난이도와 평가기준>이 달라지는 것이죠.


똑같은 A분야라도 난이도가 낮고 쉬운 일을 하는 분은 100점만점이고, 어렵고 힘들며 위험부담이 큰 일을 하는 분은 500점만점이 됩니다. 더 정교한 기술력과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면, 그만큼 지식이나 경험도 많이 쌓아야 합니다. 100점만점 근무자가 오랜 시간 숙련을 쌓았다고 저절로 500점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500점 기준에 맞추기 위한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부와 명예가 뒤따릅니다. 물론 그런 고난도 일을 하면서 책임져야 할 일도, 머리아프게 고민해야 할 경우의 수도 많아집니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므로 그에 대한 책임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500점 근무를 하는 사람이 400점의 성과를 내는 경우입니다. 그 업무에는 꼭 500점만큼의 능력이 필요한데 400점 수준에 머무르다 보니 늘 하자가 생깁니다. 언뜻 생각하면 기준보다 100점만 모자라는 것 같지만, 그 정도의 일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업무에 대한 파급력이 큰 경우가 많으므로 그 실수에 대해 치러야 하는 댓가는 의외로 상당합니다.


물론 본인은 억울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S는 100점 업무에서 100점 능력만 발휘하고도 잘 살고 있는데, 자신은 무려 400점 업무능력을 보이고도 늘 비난을 받으니 불공평하게 느낍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완성도>입니다.


어떤 난이도의 업무에 종사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본인선택이지만, 일단 그 업무를 맡는 순간 필요한 점수만큼의 성과를 내야만 <완성도 100%>가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어떤 일을 하든 완성도 100%는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자네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네. 남들 놀때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열심히 해서 그 자리에 갔는데,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것 같고 답답할테지.

하지만 대학에서 고급진료를 하기로 결심한 순간 자네는 500점 만점짜리 진료를 해낼 의무가 생기는 거야. 100점만점이 아니라구. 개원하고 있는 자네친구 S와 비교할때 자네가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겠지만, S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으며 제 역할에 아주 충실한 의료인이고, 자네는 자기 몫을 다 못하고 있는 셈이지.


자네는 환자진료도 500점만점, 논문도 500점만점, 후배와 학생들 교육도 500점만점으로 해낼 의무가 있어. 힘들겠지만 지금껏 잘해왔으니 조금만 더 노력해서 500점만점 100%를 채워보라구!!"


감사합니다.


사당동 이수역 경희은한의원

호르몬닥터 권영구원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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