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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Oct 06. 2023

@소통잡화점 945 <이제 어른인줄 알았는데, 아직~

@소통잡화점 945

<이제 어른인줄 알았는데, 아직 어린애였다>     


1.

“어릴 때는 서른 살만 되면 다 큰 줄 알았거든요? 마흔 되고나니 그때는 정말 애기였네요.”

7살도 애기, 30살도 애기, 50살도 애기 도대체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항상 그 시절에는 이쯤이면 괜찮다 생각했지만, 지나고 생각하면 매순간이 너무 창피하다.     


2.

“지난 주 회의 때는 이 방법이 맞다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지금 회의록을 다시 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들만 신나게 떠들었네요.”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고집부리는 사람 중에 과거의 발언을 기록으로 나마 다시 되새김질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끝까지 기고만장 자기 말만 옳다고 우기는 사람들 천지다.     


다른 사람들 공격은 얼마든지 받아칠 수 있다.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 태클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상대의 말을 잘 경청하기만 하면, 대부분 자가당착에 빠진 오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말 무서운 적은 바로 내일의 나 자신이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벌써 두려워진다.  

   

3.

그 순간 그토록 확신에 찼던 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 설명을 듣고도 엉뚱한 말만 반복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어리석어 보였다. 그때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것일까. 내가 이토록 어리석은 사람이었단 말인가.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누구나 매순간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그때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그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뿐이다. 달라진 점은 딱 하나다. 지금의 내가 그때보다 한 뼘 더 성장했다. 시야가 넓어지고 판단력도 좋아졌다. 분명 데이터와 상황은 똑같은데, 해석하는 방법이 전혀 다르다.  

   

4. 

오늘 이 순간이 내 인생중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이 가장 미성숙한 상태라는 말로 바꿀 수도 있다.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계속 성장해 갈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결정도 못하고 주저주저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그 순간에 알맞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     


한 가지만 기억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성장한 나 자신이, 지금의 나를 부정하게 될 것이다. 조금만 더 겸손하게 굴자. 머리 좋은 토끼가 도망 갈 구멍 3개를 미리 파놓는 ‘교토삼굴’ 전법을 고려해도 좋다. 죽자 살자 고집 부렸다가, 나중에 내 눈에 조차 이상하게 보이면 정말 답이 없다.      


5.

매일 글쓰기 개근을 목표로, 작정하고 글을 쓴지 4년차다. 올해 말이면 1천개를 딱 채운다. 모출판사의 제의로 그동안 써 두었던 글들중 일부를 뽑아 출판 작업을 진행 중이다. 1달전, 6개월 전, 4년 전 글을 다시 읽는 일은 너무도 고통스럽다. 사람들 쫓아다니며 머릿속을 지우개로 싹싹 지우고 싶다.      


어떤 글은 절반이상 갈아엎었다. 이쯤이면 되었다 싶었는데, 하룻밤 자고나면 또 마음에 안 든다. 그만큼 매일매일 내가 자라고 있다는 뜻이겠지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후회하지 않을 완벽한 결과물은 존재할 수 없다. 바로 오늘 내가 해낼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위해, 집중 또 집중하는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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