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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Oct 10. 2023

@소통잡화점 947 <가까운 사이에 피드백 주고받기~

@소통잡화점 947

<가까운 사이에 피드백 주고받기 어려운 이유>     


1.

“지금까지 나한테 문제 있다고 말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는데, 왜 당신만 나한테 꼬투리 잡는 거죠?”

둘 중 하나다. 눈앞의 상대가 당신을 진짜 얄미워하면서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고 있거나, 아니면 오랜세월동안 당신의 무수한 잘못들에 대해 아무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거나. 과연 어느 쪽일 확률이 높을까.     


2. 

가까운 사람은 대부분 자주 보는 관계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거의 매일 얼굴을 본다. 좀 이상하다 싶은 면이 있어도,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지 모르니 말을 아낀다. 부모 자식관계가 조금 예외일 수 있지만, 그나마도 사춘기가 지난 뒤 함부로 잔소리하면 큰일 난다.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나면 처음에는 한두 번 눈치를 살피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 행동을 보고도 아무 말 없으니 별 문제 없나보다 생각한다. 내 방식대로 밥먹고, 하던 대로 업무를 처리한다. 그렇게 무한 반복하다보면, 밥 먹을 때마다 쩝쩝대거나 매일 3분씩 늦게 출근해도 아무 죄의식이 없다.     


3. 

“내 친구 민철이 정말 괜찮은 애야. 꼭 만나봐.”

가까운 사람이 잘못을 바로 잡아주기 어려운 더 큰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어울리면 어느새 단점마저 이뻐보인다. 처음 민철이가 가래침 뱉을 때는, 나도 내 눈을 의심하며 뜨악했다. 두 번 보고 세 번 보다보니 이제는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의 동작처럼 보인다.     


제 3자가 그 행동에 황당하다고 하면, 오히려 내 친구를 변호하기까지 한다. 내게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데, 대단한 문제라도 있는 듯 비난하는 말을 들으니 나까지 기분 나쁘다. 누구의 행동이 이상한지 아닌지 길을 막고 물어보려면, 지인들을 철저히 배제시킨 뒤 배심원을 뽑아야 한다.     


4.

일단 프로의 세계에 접어들면 피드백 받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하기라도 하면 남들이 한발 앞설 수 있는 기회가 되니, 구태여 나를 바로 잡아줄 필요가 없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굳게 결심했지만,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지 알기가 어렵다.    

 

운전면허 시험볼 때 감독관이 조수석에 앉아,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 어떤 기분인가. 작은 실수하나 그냥 넘어가지 않고 모두 감점이 되니 계속 신경쓰인다. 대신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내 운전 실력은 엄청 좋아진다. 진정 운전을 잘하고 싶으면 심호흡 세 번 크게 한 뒤, 운전 잘하는 배우자를 옆에 태우고 길을 나서야 한다. 부부싸움한 직후라면 더더욱 효과 만점이다. 적나라한 피드백만이 살길이다.     


5.

나를 이끌어줄 멘토나 사수가 없어도 나 스스로 결함을 찾아낼 방법이 있다. 나와 사이가 안 좋은 박대리가 어느 날 술자리에서 작정하고 내 험담을 시작한다. 그의 감정섞인 표정을 삭제하고 내뱉은 문장만 녹취해 분석하면, 나에 대한 천만원짜리 보고서가 나온다. 같은 이유로 고객의 클레임이 접수되어도, 투덜거리는 대신 감사한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      


가장 좋은 발전의 기회가 있다. 바로 내가 저지른 실수와 실패사례들이다. 이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아무리 밑줄 좍 그어봐야 소용없다. 내가 잘 모르고 내가 제대로 못하는 그 부분이 나에게 중요하다. 남들 다 맞추는 쉬운 문제라도, 내가 잘 모르고 틀리면 나한테 보물이다. 지금까지 나와 트러블을 겪었던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돌아보면, 내 인간관계 문제점도 한눈에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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