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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Oct 11. 2023

@소통잡화점 948 <남의 말을 경청하기 힘든 사람>

@소통잡화점 948

<남의 말을 경청하기 힘든 사람>     


1.

“다른 사람 말을 열심히 들어야 된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런데 대화를 하다보면 잘 안되요. 자꾸 말을 끊고 제 말만 하고 있어요.”

원래 경청이 그렇게 어렵다. 생각처럼 쉬운 일이면 그렇게 많은 소통전문가들이 오랜 세월 경청을 강조했을 리가 없다. 머리로 아는 경청을, 귀에서 거부하는 대표적인 3가지 유형이 있다.     


2. 

첫 번째, 너무 똑똑한 사람이다. 그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을 전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너무 할 말이 많다. 한가하게 남의 말 듣고 있을 시간에, 내가 아는 정보를 하나라도 더 말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다. 자연스럽게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남이 중간에 끼어들면 즉각 말을 잘라 버린다.     


그 내용에 대해 당신이 아는 지식을 전부 늘어놓으려면, 일주일 밤을 새워도 부족하다. 아무리 요약해서 핵심만 간단히 말해도 시간이 모자라다. 일단 상대방 말부터 들어보자. 상대의 관심사가 어느 부분인지 정확히 파악하면, 내 머릿속 DB에서 그에 알맞는 대답 3,579번과 22,173번을 골라 설명하면 된다. 말하기도 편하고 듣는 사람도 흡수가 빠르다.     


3.

두 번째,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다. 본인이 아는 지식이나 판단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 대화 따위는 필요 없다. 상대는 그저 내가 하는 말을 열심히 받아 적고 달달 외우기만 했으면 좋겠다. 왜 거기에 토를 달고 질문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교수나 전문가들에게 흔한 유형이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내 말을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분명히 “지금 상황은 힘들지만, 그나마 수술이라도 해보는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지만, 상대방은 “아, 수술만하면 다 낫는 거죠? 감사합니다.”로 받는다. 상대에게 내가 할 말이 제대로 전달되어야 성공적인 대화가 되는데, 저마다 듣고 싶은 부분만 강조해서 듣는다. 내 말이 다 맞더라도 상대가 그대로 잘 접수했는지 확인까지 마무리해야 소통이 끝난다.   

  

4.

세 번째, 남을 무시하는 사람이다. 더 나은 대안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일단 상대를 깔보기 시작한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내용을 들어도, 기어이 꼬투리를 잡고 흠집을 내고야 만다. 말끝마다 비아냥과 투덜거림이 묻어난다. 아무도 그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신 혼자 제일 잘났을 수도 있다. 주위 사람 모두가 당신보다 못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럼 혼자 일하고 혼자 살면 된다. 조직에 속해 일하고 가족과 함께 가정을 이룬다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소통하기는 싫고, 내 마음대로는 하고 싶고, 조직은 필요하고, 그런 억지는 이제 그만.     


5.

신호등 안보고 운전하는 사람은 없다. 적당히 좌우를 살피고 이쯤이면 괜찮겠지 대충 신호위반하며 좌회전하면, 빠르게 달려오는 직진 차와 사고 난다. 남의 말은 신호등으로 생각해야 한다. 녹색불 켜주면 내 할말 하고, 빨간불 켜주면 멈추어야 한다. 노란불 들어오면 내 말 어딘가 이상이 있으니, 내용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남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 사람은, 예의바른 이미지를 준다. 실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의보다, 상대방 마음속 의중과 생각을 낱낱이 파악하려는 전투의지가 불타는 사람이다. 인간관계에서는 경청이 곧 실력이다. 일단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웃든 울든 화를 내든 나의 포지션을 결정할 수 있다. 오만하게 신호등 무시하고 예측운전만 일삼으면, 언젠가 기어이 대형 사고를 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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