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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Oct 24. 2023

@소통잡화점 957 <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

@소통잡화점 957

<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     


1.

“아무개의 이론에 의하면 금리는 이렇게 결정해야 하고, 아무개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서 저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이죠?”     


전문가 100명의 의견을 줄줄 외워서 읊는 사람이 있다. 기억력 좋다 공부 많이 했다는 자랑을 하고 싶으면 몰라도, 듣는 사람에게는 그리 와 닿지 않는다. 왜 그럴까.     


2.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상대방 본인의 목소리다. 세상에 유명한 철학자와 전문가들의 말이 넘쳐나지만, 나는 지금 그 수많은 정보중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의견이 알고 싶다. 어떤 사람은 1, 2, 4, 9번이 옳다고 하면서 이런 대책을 주장하는데, 당신의 주장과 근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많은 재료들 중에서 어떤 관점으로 대표선수를 선발했는지, 선택한 재료들을 버무려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냈는 지가 당신의 진정한 실력이다. 유명한 분들의 책을 사보아도 이런저런 데이터를 요약하고 단순 인용만 하면서, 분량만 채운 종류가 꽤 많다. 읽을 때는 등장하는 인물들 화려한 면면에 주눅이 들지만, 다 읽고 나면 남는 내용이 없다. So What?     


3. 

나만의 목소리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물론 맞는 말보다 틀린 말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과 의견을 계속 내뱉아야 한다. 데이터를 단순 취합하는 용도라면, 이제 인공지능이 훨씬 탁월하다. 몇날 며칠 검색한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해서 엑기스만 뽑아냈더니, Chat GPT가 30초 만에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에이, 그래도 틀리면 창피하잖아요.”

말했다가 틀렸다고 반격을 당하면, 다시 바로잡을 기회라도 있다. 단순암기로 데이터만 인용하려 들면, 평가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예선탈락이다. 부딪치고 깨지고, 다시 고쳐서 또 부딪치고 또 깨지면 된다. 내 의견은 점점 바위가 되어 간다.     


4. 

좋은 대학을 나오고 엄청난 지식을 머릿속에 구겨 넣은 사람들이, 왜 정답을 쉽게 찾아내지 못할까. 책에 나오는 그 문장이 눈앞의 상황과 매칭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론은 이론일 뿐, 실제상황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자신의 관점에서 여러 이론들을 평가하므로, 최소한 현장의 여러 조건들을 반영한다. 그 노력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이 다소 엉뚱한 주장을 했다고 치자. 듣는 중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며, 욱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는 순간, 침묵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주거니 받거니 각자의 목소리들이 오가면서, 점점 더 나은 의견으로 진화한다.      


5. 

“환자분 검사결과를 보니 A항목이 이러하고, MRI검사는 저러하네요. 어떻게 하실래요?”

이런 말을 들으면 다들 황당해한다. 내가 의사도 아닌데, 나더러 어쩌라는 말인가 싶다. 의사는 의사대로 할 말이 많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함부로 본인 의견을 말하면 나중에 책임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런 경험 한두 번 하고 나면, 환자들이 병원을 불신한다. 정확히 말해서 전문가의 그 정도 정보취합은, 인터넷으로 대신 해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세상 그 어떤 문제에도 단 하나의 완벽한 정답은 없다. 소통으로 상대방 상황을 충분히 알아내고, 눈앞의 여러 조건중 적절히 취사선택을 한 뒤,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 선택을 잘하기 위해, 더 좋은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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