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Oct 25. 2023

@소통잡화점 958 <일반적인 문제와 예외적인 문제의~

@소통잡화점 958

<일반적인 문제와 예외적인 문제의 구별>     


1.

“이번 사건은 너무 특이한 경우라서, 저도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정말 그랬을까. 당신은 일반적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잘 구별해 낼 수 있는가. 혹시 조금 번거롭거나 껄끄러운 정도의 사안을, 모조리 예외로 몰아붙이며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2.

개인적인 일이든 업무적인 내용이든, 의사결정에 들어가기 전 가장 먼저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지금의 이 일이 루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그리 흔하지 않은 특별한 상황인지부터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일반적인 일은 지금까지의 관례와 원리원칙에 따라 해결하면 되지만, 특별한 건수라고 판단되면 상황에 따라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언뜻 보기에 대수롭지 않은 경우로 생각했으나, 실은 그 뿌리가 매우 깊을 때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항상 전부는 아니다. 미묘하게 어긋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칡넝쿨을 파내야 한다. 피로하면서 살이 찐다고 오신 환자분이 있다. 피로도 흔하고 비만도 흔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꼬치꼬치 캐 묻다 보니 3년 전 갑상선암수술을 받은 분이다. 상황에 알맞게 특별치료를 해야 한다. 뿌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산삼을 캐는 심마니의 심정으로 진료에 임한다.     


3. 

반대의 경우도 많다.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을까 싶었지만, 실은 내 경험이 부족했을 뿐이다. 알고보니 그렇게 흔한 상황이었는데, 지금껏 희한하게 한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세상일을 완벽하게 모두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백전노장은 남보다 경험의 횟수가 좀 더 많을 뿐이다. 심지어 중복된 사례를 합치고 나면 의외로 나이가 많고 실전에 오래 몸담은 분이 더 경험부족일 수도 있다.     


내가 낯설다고 느끼면 일단 다른 사람의 조언부터 구해야 한다. 해결책을 알려달라는 도움의 손길이 아니다. 눈앞의 이 상황이 정말 특별한 경우인지, 내게만 특별해 보이는 경우인지부터 구별하기 위해서다. 여론조사결과 절대 흔한 상황이 아니라고 결론나면, 이제 섣불리 일반규칙부터 들이대면 안 된다.      


4.

문제해결중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다. 특별한 일을 흔한 일로 넘겨짚는 경우다. 소화가 안 되고 체했다며 오신 환자분인데, 건성으로 소화제만 처방하고 진료를 마칠 수 있다. 몇 시간 뒤 환자는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다. 심장이상이 생길 때 소화쪽 이상으로 드러날 때가 많은데, 흔한 소화불량으로 대충 넘기면 이런 실수를 한다. 몇 가지 진찰로 평소 심장이 안 좋았다는 사실만 들었어도 다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지 특별한지 구별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최소한 대형 사고는 막는다. 지금껏 무수히 처리했던 흔하디흔한 환자분들과 똑같으면 상관없다. 어딘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상급병원을 권하거나 다른 과 선생님 도움을 청하면 된다. 모두 내가 해결하겠다는 욕심을 가지면,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5.

사람에 대한 일은 또 차원이 다르다. 일반적인 일인지 특별한 일인지, 사람마다 생각하는 관점이 다른 경우가 많다. 나만의 생각으로 섣불리 결정했다가는 엄청난 후폭풍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사사건건 소통하는 습관을 가지자. 일일이 질문하는 방식이 제일 속 편하고 좋다.     


어머니 생신모임을 기획한다고 치자. 70번째 생신날이다. “에이, 요즘 누가 환갑잔치를 한다고 그래. 평소처럼 다 같이 식사나 하자.” 10년 전 환갑즈음에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환갑도 그렇게 지나갔으니, 칠순은 더더욱 신경 쓸 필요 없겠다 싶었다. 식사자리에서 무거운 한마디를 꺼내신다. “환갑하고 칠순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너희들이 칠순을 이렇게 대충 넘길 줄은 몰랐어. 실망이다.”


작가의 이전글 @소통잡화점 957 <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