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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01. 2023

@소통잡화점 963 <경청의 기본이 되는 마인드~

@소통잡화점 963

<경청의 기본이 되는 마인드 3가지>     


1.

“내가 지금까지 한 말이 바로 그 말이잖아. 내 말 하나도 안 듣고 있었던 거야?”

남과 대화하다 보면 정말 속터질 때가 있다. 분명 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며 열심히 듣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딴 생각했나 보다. 상대방도 억울하다. 나름 집중하며 들었는데도 결과가 이렇다. 남의 말을 잘 들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우선 상대가 하는 말의 여백까지 추측해야 한다. 상대방이 내뱉은 말을 단어 하나까지 철저히 분석해도 아무 소용없다. 아예 말을 꺼내지도 않은 채, 무정차 통과해버린 장면들이 많이 있다. 말하기 싫은 부분일 수도 있고, 기억이 안나 건너뛰었을 수도 있다. 상대가 하는 말은 결국 나름의 1차 편집을 거친 요약본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요 며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더니, 배가 아프면서 설사를 자꾸 하네요.”

나는 환자분의 이런 말을 들어도, 절대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섣불리 단정 짓지 않는다. 거짓말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진실과 다를 가능성이 있으니 확인을 거쳐야 한다. 스트레스는 어디서? 결혼식장. 장소? 뷔페. 어떤 음식 위주로? 회하고 초밥많이. 설사 연달아하면서 구토까지? OK. “노로바이러스 장염 확률이 높네요.”     


3.

다음으로 말하는 상대가 대화 외에 온몸으로 전하는 미묘한 느낌에도 집중해야 한다. 말로는 행복하다고 하면서 미간에 주름이 잔뜩 잡혀 있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옆에 있는 사람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감추고 있을 때도 있다. 숨겨진 신호까지 잘 해석할 수 있어야 상대방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제대로 접수할 수 있다.     


“허리가 아파서 왔어요.”

진찰하느라 질문을 해도 건성으로 대답하는 환자가 있다. 허리가 왜 아픈지 이유를 찾아야 정확히 대처할 텐데, 귀찮아하며 대충 치료만 해달라고 우긴다. 가만히 살펴보니 특이한 동작이 보인다. 이야기하면서 자꾸 머리를 매만지는데, 이마한쪽에 멍자국이 있다. “계단에서 구르시고 허리 머리 온몸에 타박상을 입으셨으면, 일단 머리 엑스레이부터 빨리 찍으셔야 해요.”     


4. 

마지막으로 눈앞의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듣기를 귀찮아하며 빨리 그 자리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는 상황도 많다. 하루 종일 회사 일에 시달린 남편에게 저녁밥 앞에 두고 와이프가 오랜만에 통화한 친구이야기를 꺼내면, 영혼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음식점 고양이인형이 되고 만다.     


“아니, 엄마. 내 말은 그게 아니구요.”

아이가 말을 꺼내면 듣기도 전에 부모의 포지션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안봐도 뻔히 다 안다. 저 녀석 또 핑계 대거나 거짓말을 늘어놓겠구나 싶다. 어느 부분에서 컷을 외치고 윽박지를지 타이밍만 재는 중이다. 정말 핑계나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어떤 말인지 제대로 듣기나 하고 판단하면 좋겠다. 안 듣고 윽박지르면 앞으로는 아무 말도 안하고 침묵시위에 들어간다.     


5. 

경청에 대한 기술적인 노하우는 수도 없이 많다. 그 모든 기술은 결국 위의 3가지 기본기에서 나온 파생상품이다. 남이 하는 말이나 남이 쓴 글을 읽거나 모두 마찬가지다. 글도 경청의 자세로 읽지 않으면, 그 어떤 내용을 읽어도 결국 같은 오류를 범한다. 책 백만 권 읽어도 제자리 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청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행위는, 결국 내 마음의 성문을 열었다는 뜻이다. 문은 열지도 않은 채, 안에서 바깥의 소리를 듣겠다고 버티면 아무 소용없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통행을 허락하고 싶지 않다면, 그저 그렇다고 밝히면 된다. “여보 미안한데, 오늘 팀장님 히스테리가 장난이 아니었거든. 너무 지쳐서 그런데, 당신친구 이야기는 내일 좀 들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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