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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Oct 31. 2023

@소통잡화점 962 <착한 사람을 위한 작은 충고>

@소통잡화점 962

<착한 사람을 위한 작은 충고>     


1.

“어휴, 너는 정말 속도 없니? 어떻게 그런 대접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있어?”

간혹 천연기념물 같은 사람이 있다. 아무 색이 없고 그저 투명하다. 표정은 하늘같고 마음은 바다 같다. 우리는 그를 ‘착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2.

여기서 말하는 착한 사람은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수동적인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남을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알며, 상대가 무례하게 굴어도 자신의 포지션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구별해서 말하자면 ‘자기주도형 착한 사람’으로 보면 좋겠다.     


오냐오냐 받아주면 어느 순간 그를 얕보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래도 우리의 착한 사람은 웬만하면 다 참아준다. 마치 수염 잡아 뜯는 손주에게 허허 웃음으로 답하는 할아버지의 모습같다. 어쩔 수 없이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마지못해 참고 견디는 수준이 아니다. 보통사람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한 미덕을 지녔다.     


3. 

착한 사람은 절대 연약하지 않다. 오히려 엄청나게 강한 존재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그 앞에서 첨벙거리고 까불어도, 잔잔한 물결조차 일렁이지 않는 그런 넓은 마음을 가졌다. 무기력하게 굴복하며 삶의 주도권을 남에게 내어준 사람이 아니다. 크나 큰 배포로 주위를 모두 품어버리는 큰 아량을 지녔다. 아바타에 나오는 영혼의 나무 에이와를 닮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기를 위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으로라도 자신을 챙겨야 한다. 착한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그 본능마저 이겨낸다. 엄청난 의지의 화신이다. 절대 연약한 존재 취급하며 만만히 보면 안 된다. 담배 끊는데 성공한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4. 

“그 사람은 정말 너무 착해.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나는 오히려 그런 착한 사람을 위해 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법을 어길까봐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그 고고한 마음을 함부로 해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보호할 장치로서 법이 필요하다. 누구든 함부로 선을 넘어 괴롭히면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 곁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까지 정화된다. 나의 더러운 것이 묻을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처신한다. 그 순수한 마음 덕분에 모두 찌든 때를 닦아내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가히 인간세상의 공기청정기라고 부를 만하다.     


5. 

만일 본인이 ‘착한 종족’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면, 보통의 민간인과 달리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본인 기준에 대한 끊임없는 피드백이다. 착한사람은 세속적인 기준을 벗어나,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스스로를 통제할 가능성이 많다. 자칫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기준에 눈높이를 맞추면, 매순간 현실과 부딪치며 좌절하거나 슬픔에 빠질 우려가 있다.     


착함의 기준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는 융통성 있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세상에 절대 선은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마음과 몸, 정신의 여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착했으면 한다. 스스로를 포기하면서 까지 착해지면, 본인은 둘째 치고 당신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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