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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02. 2023

@소통잡화점 964 <감정이 흔들릴 때 사고뭉치가~

@소통잡화점 964

<감정이 흔들릴 때 사고뭉치가 되는 이유>     


1.

“아빠한테 왜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했는지 설명해 줄 수 있겠니?”

/“…… 유튜브 붙들고 있느라 오늘 해야 할 숙제를 아직 다 못했어요.”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어. 누구든 그럴 수 있는 거지, 네 잘못이 아니야.      


2.

마음을 비우라는 말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머릿속에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는 지시만큼이나 고난도의 미션이다. 나는 지금 모니터를 보면서 일을 하고 있거나,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다. 마음에 담아둔 생각따위는 하나도 없는 걸?      


퇴근하고 배우자 얼굴을 보는 순간, 갑자기 짜증이 밀려 올라온다. 맞다, 아침에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는 계속 삐져있는 상태였다. 그제서야 내 마음을 깨닫는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종일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아까 김대리 기안서류 결재할 때 그리 대단한 실수도 아니었는데, 너무 큰소리로 꾸짖었다. 평소와 달랐던 오늘 하루가, 이제야 전부 설명이 된다.     


3. 

스님과 제자가 길을 가고 있었다. 어느 개울가에 도착했다. 징검다리로 가볍게 건너다니던 깊이였는데, 밤사이 내린 폭우에 허리춤까지 강물이 차올랐다. 옷 젖을 각오하고 다리를 건너려는 찰나, 저기 젊은 처자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건너려다 빠지고 여러 번 고생했는지 옷은 이미 다 젖어있다. 스님은 성큼성큼 걸어가 자신이 업고 개울 반대편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처자가 잠시 고민하다 OK하였고, 스님은 안전하게 건너편에 내려주었다. 절에 돌아온 제자는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스님이 젖은 옷을 입은 처자를 냉큼 업을 수 있는가. 내가 줄을 잘못 섰나? 내가 잡은 줄이 썩은 동아줄인가? 스님에게 묻기로 한다. “이 놈, 나는 개울 건너편에 처자를 잘 내려주고 돌아왔건만, 네 놈이야 말로 여기 절까지 그 처자를 들쳐 업고 왔구나.”     


4.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이랬다저랬다 마음이 흔들린다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겪어온 수많은 경험과 머릿속으로 암기한 지식은, 결국 우리의 본능적인 감정으로 뇌에 압축 저장되어 있다. 빨갛게 달아오른 물체 옆을 지날 때는, 표면온도를 궁금해 할 겨를도 없이 일단 옆으로 피하고 본다. 데일까 무섭다.     

 

감정이 흔들리면 판단력에도 영향을 준다. 유명한 CEO들이 큰 결정을 하기 전, 조용한 산속 별장으로 가 몇날 며칠 적막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도 같은 이치다. 멀리 떠날 수 없을 때 감정을 털어내는 좋은 방법은 자기객관화가 있다. 누군가에게 말로 털어놓거나 글로 써놓고 읽어보면 된다. 막연한 내 마음이 구체적으로 눈과 귀에 들어오는 순간 풋 웃음만 나온다. 매일 일기 쓰는 사람은 최고의 자기수양가다.     


5.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꼭 연달아 사고를 친다. 1번이 2번을 낳고, 2번이 3번을 낳는다. 줄줄이 사탕이다. 도미노 게임하듯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나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진다. 악의를 가지고 벌인 일이 아니므로, 대놓고 사과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저 폐를 끼쳐 유감스러울 뿐이다.      


“아빠, 미안한데 나 오늘 내가 정한 일을 다 못해서, 마음이 좀 별로야. 그 이야기는 내일 다시 해요.”

나도 모르게 못된 표정과 안 좋은 말만 튀어나온다면 일단 비상등 켜고 멈추자. 아무래도 내 마음속에 사는 늑대 두 마리중 사악한 늑대에게 내가 먹이를 준 모양이다. 순한 늑대가 다시 힘을 차릴 때까지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잠시 안녕을 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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