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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03. 2023

@소통잡화점 965 <내가 가진 사소한 편견에서~

@소통잡화점 965

<내가 가진 사소한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1.

“편견에 빠진 사람들 보면 정말 이해가 안돼요.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그렇게 어렵나요?”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신가요? 만약 따님이 피부색이 검은 외국인을 남자친구라고 데려와도 괜찮으세요?”     


절대 방심하지 마라. 사람은 그 누구든 편견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편견이 없다고 확신하는 순간, 더 깊은 편견의 늪으로 빠져든다.     


2.

편견을 말하려면 우선 취향부터 거론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내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쪽, 싫어하는 쪽으로 나누어 세상을 바라본다. 클래식 위주의 음악적 취향을 가진 사람은, 현란한 댄스음악에 흥분하는 사람들을 절대 이해 못한다. 소개팅 자리에서 비호감 상대를 만났더라도, 상대가 클래식에 조예가 깊으면 갑자기 머리 뒤로 후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취향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개성 아닌가요?”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사람이 있다. 바로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다. 그는 개인의 취향이 언뜻 각자 선택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결국 태어나고 자란 환경 속에서 익숙해진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취향은 타고난 천성이 아니며, 후천적인 생활 속에서 보고 듣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젖어든 문화라고 본다.    

 

3. 

그렇게 각 개인이 익숙해지는 집단문화를 ‘아비투스’라고 불렀다. 어느 회사에 들어가서 몇 달 근무하면, 어느새 그 회사문화에 완벽히 적응해 버리는 현지화 과정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김대리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 회사 사람들이 전부 지각을 생활화하다보니, 6개월 만에 약속시간 30분 늦게는 기본이 되어 버렸다.     


보통 아비투스는 직업이나 계급별로 만들어지기 쉽다. 부르디외는 아비투스가 교육으로 상속되고,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익숙해진다고 보았다. 어떤 그룹에 속해 오래 생활하다 보면 본인은 잘 모르지만, 남들은 척보기만 해도 딱 그런 쪽의 냄새를 느낀다. 말투에서 부터 옷 차림새까지 절대 숨길 수 없다. 한의사들은 길거리에서 분위기만으로도 서로를 너무도 쉽게 알아본다.     


4.

대부분 사람들은 평생토록 본인이 익숙한 아비투스를 벗어나기 어렵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가정을 꾸리고, 같은 직업군 외에 다른 사람은 잘 만나지도 않는다. 가정이나 직장에서는 하루하루가 너무도 자연스러운데, 어느 날 다른 아비투스에 속한 사람을 만나면, 어쩌면 저렇게 비상식적일까 싶다.     


물론 그 쪽도 피차일반이다. 서로서로 상대를 몰상식하다고 여기며 선을 긋는다. 부르디외는 이 과정을 ‘구별 짓기’라고 이름 붙였다. 아비투스의 차이로 편견이 생기고, 다른 아비투스에 속한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는 단계까지 이른다. 아비투스간의 충돌에서는 주로 힘이 강한 쪽이 이기고, 힘이 약한 소수자는 밀려난다.      


5. 

해결책은 너무도 간단하다. 나와 다른 환경에 수시로 노출되면 된다. 세상에는 내가 속한 아비투스 외에도 수없이 많은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된다. 나를 기준으로 한 주관적인 시선 대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사실이 내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면, 늘 한발 물러나 다시 돌아보면 좋다. 누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으면,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토록 강력했던 내 확신의 근거는 태반이 ‘그냥’이다. 고리타분하고 꽉 막혔다며 평소에 늘 비웃어왔던 사람들과, 자신이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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