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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06. 2023

@소통잡화점 966 <소통을 무기로 삼으려면>

@소통잡화점 966

<소통을 무기로 삼으려면>     


1.

“손님이 물으시는 질문에 정말 열심히 대답해 드렸거든요. 그런데 결국은 아무 것도 안사고 그냥 가셨어요. 너무 허무해요.”

소통의 달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소통이 잘될 때 그 친절함에 감동을 받지만, 그것만으로 한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소통을 무기로 삼으려면 마지막 2%를 더 채워야 한다.      


2.

고객과의 소통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상대가 던지는 질문에 친절하게 응대하는 수동적 소통이 있고, 상대방 마음깊이 숨겨진 욕구와 대화하는 능동적 소통이 있다. 수동적으로 묻는 말에 친절하게 대답하기만 해도 중간이상은 간다. 그 마저도 제대로 안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대신 수동적 소통에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 친절과 자상함은 꼭 내가 아니어도 대체할 다른 방법이 있다. 세상에는 나만큼 싹싹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에도 해박한 사람이 많다. 심지어 인터넷 검색엔진에도 하나 둘 인공지능이 장착되기 시작하면서, 사람에게 묻는 스트레스 없이 금방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3. 

수동적 소통을 능동적 소통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현장에서 살아남는다. 제일 중요한 차이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고객이 질문을 계속 던지는 행동도, 결국 무엇인가 궁금해하는 문제 상황은 맞다. 핵심은 그 호기심 아래 잠자고 있는 숨은 욕구다. 수많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니즈(needs) 이상의 원츠(wants)를 빨리 알아 차려야 한다.     


내 자리를 가만히 지키고 앉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포지션만 지키고 있으면, 상대는 궁금한 내용만 해결하고는 훌쩍 떠나 버린다. 나를 미워하거나 고객이 진상이라서가 아니다. 나한테는 더 기대할 내용이 없어서다. 상대를 붙들려면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나에게 빠져들게 만드는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4. 

팀장이 창고에 가서 재고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한다. A는 제품별로 정확한 숫자를 적어서 엑셀로 뽑아왔다. 리더의 명령에 완벽하게 소통했다. B의 행동은 조금 다르다. 제품별 현황파악까지는 똑같은데, 그 아래에 다른 항목이 더 있다. 지난달과 이번 달의 재고 증감표시가 있고, 품목별 최소주문량과 배송에 걸리는 기간까지 참고사항에 적혀있다.     


팀장이 왜 재고파악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의도를 잠시만 고민하면 누구라도 B처럼 탁월한 업무력을 선보일 수 있다. A라고 그런 능력이 없었을까. 물론 팀장이 그렇게 해오라고 시켰으면 A도 그렇게 해왔겠지만, 결과적으로 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행동도 안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가 알아내야 하는 고객의 숨은 욕구는 고객 자신조차 잘 모를 때가 많은데,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센스가 있어야 한다.     


5. 

좋은 소통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친절한 검색엔진이나 상냥한 전화교환수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다음 레벨에 대한 준비까지 마치고 소통에 임해야 한다. 단, 오해하면 안 된다. 이 과정은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호객행위가 아니다. 호객은 고객 상황과 상관없이 무조건 비싼 물건이나 핫세일아이템 위주로 들이밀며 고객의 지갑에만 눈이 가 있다. 완전히 격이 다르다.     


“수영 배우시나 보네요, 여기 수영강습용 풀세트를 할인행사 하고 있어요. 지금 사시면 59,900원에 ~”     


“초겨울 날씨에 수영복 가격을 물으시니, 수영강습을 시작하시나 보네요. 혹시 물안경은 안 필요하세요? 이 물안경이 새로 나온 제품인데요, 오래 끼고 있어도 김이 안 서려서 강습 받는 분들이 많이 사가시거든요.”

유능한 직원 B는 아무 일이나 시켜도 다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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