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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07. 2023

@소통잡화점 967 <단순 반복만으로는 실력자가 될~

@소통잡화점 967

<단순 반복만으로는 실력자가 될 수 없다>     


1.

“딴 생각 말고 마당이나 열심히 쓸어, 그러다 보면 고수가 된다고 하더라.”

무술 배우러 왔는데 매일 밥 짓고 빨래하고 마당만 쓸라고 하면 정말 열 받는다. 엄연히 교육을 빙자한 노동착취의 현장이다. 결국 못 참고 사부님에게 이의를 제기한다. 갑자기 여기저기 공격을 시작하시는데 영문을 모르겠다. 엉겁결에 다 막았더니, 노가다의 응용 동작들이라고 하신다. 오~ 역시.     


2.

아직 기본이 부족한 단계라면 단순반복만큼 좋은 훈련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반복하다보면, 저절로 몸에 베인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도 그 동작이 튀어나온다. 기본기는 머리로 판단할 필요 없이 눈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본이라고 부른다.     


업무력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정신적인 단순반복은 암기다. 여러 번 읽고 입으로 중얼거린 뒤, 손으로 써보기도 하면서 확실히 외운다. 초등학교때 처음 구구단을 외우려고 하면 눈앞이 캄캄한데, 어느새 입에 속사포를 달아놓은 듯 우다다 튀어나오는 경지에 이른다. 아무리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해도 구구단을 매번 수기로 계산하는 천재는 없다.     


3.

기본기가 갖추어졌다면 이제 도약할 차례다. 기본이 완성되어도 아직 실전에서 바로 성과를 낼 수는 없다. 태권도 태극 8장을 10년 반복했다고 올림픽 금메달을 그냥 주지는 않는다. 결승전에서 상대를 꺾을 능력이 되어야 한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필살기를 하나하나 익혀나가야 한다.     


“정말 피카소 그림 맞아요?”

피카소 그림을 처음 본 초등학생이 비웃는다. 이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겠네 하며 자신감 뿜뿜이다. 피카소가 처음부터 기묘한 작품만 그리다가, 우연히 평단의 호평을 받아 벼락스타가 된 줄 아는가. 어린 시절 피카소의 작품을 보면 정말 놀랍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적인 그림을 이미 마스터하고, 그 위에 새로운 성을 쌓아 올린 천재다.     


4. 

“창의력이 중요해, 암기위주 교육은 소용없어.”

천만에 말씀이다. 땅을 박차고 도약하려면 공부가 필요하지만, 내가 디디고 차오를 단단한 땅부터 다져야 한다. 모래위에 성을 쌓는다는 표현이 정말 멋지다. 기본이 부족한 데도 우연히 히트를 칠 수는 있지만, 절대 연속성이 없다. 연기력 논란 배우가 10년 20년 장수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직 중학교 수학도 잘 모르는데, 마음만 급하여 수학의 정석을 붙들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친구들에게 ‘나 정석 풀어!’ 자랑하기는 좋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한 점수를 받는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는, “나 중학교 때 정석 푼 사람이야. 당연히 의대 정도는 목표로 삼아야지.” 그렇게 대학시험 7번 본 사람을 알고 있다. 

    

5. 

기초를 다지고 그 위에 성을 쌓아야 한다는 간단한 이치는 누구나 잘안다. 알지만 실행이 어렵다. 기본을 다진 수준이 되면 어느 분야에서든 루틴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여름휴가에 겨우 숨 돌리는 생활의 연속이다. 하루하루 버티기도 벅찬데 나머지 시간에 자기계발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게임하고 데이트하고 영화 볼 시간도 없다.      


후배에게 의학공부에 대한 조언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소통이나 판단력에 대한 코칭을 할 때가 있다. 상대에 따라 도움이 될 만한 책이나 읽을거리를 추천하기도 한다. 1년 뒤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긴다. 본인이 닥친 문제에 대한 도움을 청하는데, 1년 전 그 상황의 판박이다. 내가 추천했던 커리큘럼 따위는 기억도 못한다. 너무도 익숙해진 육체적 정신적 단순노동만 계속 반복해서는 절대 실력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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