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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08. 2023

@소통잡화점 968 <내 마음 편하려고 하는 선물의~

@소통잡화점 968

<내 마음 편하려고 하는 선물의 한계>     


1.

“이 선물은 과한데? 너무 부담스러워.”

/“아니야, 내가 얼마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 정도는 해야 내 마음이 편해서 그래.”     

어딘가 석연치 않은 장면이다. 선물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장면이라면, 받는 사람은 활짝 웃으며 고마워하고 주는 사람은 보람을 느껴야 한다.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고, 주는 사람만 홀가분하면 어딘가 잘못되었다.     


2. 

김대리에게 급한 일이 생겨 3시간 자리를 비우는 동안, 고맙게도 옆자리 이대리가 업무를 커버해 주었다.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 이대리 시간당 급여 대충 계산해서 3시간치 넣었어. 다음에도 잘 좀 부탁해.” 과연 이대리가 고마워할까. 돈봉투 집어던지며 화내지 않으면 다행이다. 선물은 채무관계 탕감이 아니다.     

 

김대리는 이해가 안 간다. 본인이 피해를 주었으니, 그 피해준 만큼 보상해 주겠다는데 왜 심술이 났을까. 돈이 적어서 그러나? 아~ 좀 더 넣을걸 그랬구나. 사실 김대리 사고방식에 논리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도움 받은 뒤 입 닦고 뻔뻔하게 외면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대리가 자발적으로 베푼 호의를 몰라주니, 나름 성의표시를 하고도 비난만 받는다.     


3.

이대리는 알바수입을 위해 김대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맡은 일도 만만치 않지만, 김대리에게 저런 일이 생겼으니 커피타임 포기하고 열심히 도와주기로 한다. 김대리와 친한 사이기도 하고, 또 김대리가 평소 나한테 배려를 많이 해주었으니 이 정도 쯤이야.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보람차다.   

   

어라, 이게 웬 돈봉투? 돈 받자고 한 일이 아닌데,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진다. 내가 김대리를 위해 좋은 일을 했으면, 고맙게 받아들이고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면 그만이다. 커피 한 잔을 사든 밥 한 끼를 사든 아무 상관없다. 그런데 시급 계산해서 돈을 챙겨주니, 졸지에 내가 알바생이 된 느낌이다. 나는 이 정도 커버에 별 부담이 없는 좋은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다시 생각해 봐야 겠다.     


4.

선물은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용도다. 생일이나 졸업 같은 이벤트를 기념하거나, 특별하고 멋진 일을 축하하고 싶을 때다. 주로 그 시기에 꼭 필요한 물건이나 상대방이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 중에서 고른다. 평소 상대에게 관심이 많았다면 히트 칠만한 품목을 잘 고를 수 있다. 받는 사람이 두 배 더 기뻐한다.     


두 번째는 주는 사람 마음이 편하려는 용도다. 큰 도움을 받았거나 상대와 형식적인 관계로 얽혀있을 때가 많다. 가만있자니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가슴 벅차게 고마운 마음이 들지도 않는 상태다. 남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나 묻기 시작하고, 사람들 상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커트라인만 넘기려고 한다. 받는 사람도 척보면 번트인줄 다 안다. 그다지 고맙지 않다.     


5.

돈이든 선물이든 상대에게 즐거움을 주는 품목도 이렇게 복잡하다. 하물며 상대가 들어서 기분 좋을 확률이 떨어지는 조언이나 충고는 어떻겠는가. 상대방에게 도움 되는 조언을 하고 싶다면, 상대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이 무엇일지부터 고민한다. 상대와 상관없이 본인이 가만있기 불편하여 조언하는 흉내를 낸다면, 불필요한 내용에 듣기 거슬리는 말만 마구 던지게 된다.     


선물이든 조언이든 결국 내가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상대를 향한 애정 어린 내 관심을 품목 하나, 말 한마디에 담아 실어 보내는 과정이다. 아무 애정도 없다면 그저 형식적이고 기능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고맙고 염려하는 마음은 있지만,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다면 솔직하게 물어보는 편이 차라리 낫다. “이대리,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 덕분에 일처리 아주 잘 마쳤어. 보답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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