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09. 2023

@소통잡화점 969<인간관계도 결국은 어장관리>

@소통잡화점 969

<인간관계도 결국은 어장관리>     


1.

“김대리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실망이야. 어떻게 내 결혼식에 안올 수 있지?”

당신과 김대리 사이에 큰 오해가 있는 모양이다. 아마 김대리는 ‘우리가 결혼식까지 서로 챙길 사이인가? 내 결혼식에도 부를 생각 없는데?’ 할 수도 있다. 당신과 김대리가 그 동안 서로의 생각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내왔나 보다.      


2. 

인간관계는 매우 다양하다. 거리감에 따라 10Cm부터 2m, 3Km, 5광년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상대방 주위를 맴돈다. 외향적인 사람은 인맥 넓히기에 별 부담이 없으니, 2m 이내에 빼곡히 사람들을 채우기도 한다. 휴대폰 연락처가 1천명을 넘어가는 마당발이다.      


내향적이고 조용한 사람은 좁고 깊은 관계를 지향한다. 아는 사람 숫자가 적더라도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누군가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도, 함부로 근접거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분은 SNS 친구신청을 받으면, 허락할지 말지 일주일간 고민한다. 상대는 신청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는데, 본인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3. 

사회생활을 하고 SNS 활동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가벼운 관계가 점점 늘어난다. 업무상 잠시 스쳐 지났거나 한번 만나본 적도 없는 인맥이 계속 쌓인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모르는 사이가 무슨 소용이냐며 회의적인 사람도 있지만, 느슨한 관계는 느슨한 대로 가치가 있다. 취향에 따라 동호회 성격의 모임을 유지하기도 편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사람과 다이렉트로 연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신 조심할 부분이 있다. 가벼운 관계에 너무 치중하면 곤란하다. 가벼운 관계도 의미가 있다는 말과, 가벼운 관계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 느슨한 관계는 어느 한 쪽이 돌발적으로 관계를 끊어도 그만인 불안감이 깔려있다. 간간이 치고 박고하더라도 관계가 유지될지 말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뿌리 깊은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한다.     


4. 

그 외에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전략적인 관계도 있다. 나에게 득이 되면 유지하고, 도움이 안 되면 손절한다. 현재시점에서 가까이 지내는 1.5차 집단도 있다. 오며가며 인사 나누는 이웃집 사람들이나 같은 부서에서 생활하는 직원들로서, 남남도 가족도 아닌 애매모호한 사이다.     


모든 관계는 독립적이다.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포지션이 정해진다. 또한 모든 관계는 유동적이기도 하다. SNS로 맺어진 인연인데 점점 발전하여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직계가족끼리 유산문제로 다투다 평생의 남이 되기도 한다. 출신성분이 남이라며 한계를 지을 필요도 없고, 피를 나눈 가족이라며 목숨 걸고 연연할 이유도 없다. 모두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이다.     


5.

이렇게 인간관계는 종류가 다양하다. 수도 없이 다양한 패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내 성격에 맞추어 유형을 결정할 수는 없으며, 각각의 인연 특성에 따라 캐릭터가 정해진다. 본인이 사람에 대한 정이 넘친다고 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깊은 관계를 요구하거나, 본인이 쌀쌀맞은 성격이라고 모두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려고 들면 곤란하다.     


인간관계는 거대한 어장관리로 보면 좋다. 내 어장에는 잉어 붕어만 살지는 않는다. 메기 미꾸라지나 피라미 송사리도 있어야 전체 어장이 잘 돌아간다. 내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사람이 나타났다고, 괜히 스트레스 받으며 어떻게든 정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내 어장안의 안 예쁜 메기 한 마리로 생각하고 가볍게 웃어 넘기자. 처음부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소통잡화점 968 <내 마음 편하려고 하는 선물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