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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10. 2023

@소통잡화점 970 <적당한 무관심은 존중의 또~

@소통잡화점 970

<적당한 무관심은 존중의 또 다른 이름>     


1.

“제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그냥 관심을 좀 꺼주세요.”

부모가 사사건건 참견하면 자녀는 숨이 막힌다. 이제 나이도 20살이 넘었는데, 귀가시간에 게임시간까지 통제하려 들면 당연히 충돌이 생긴다. 성인으로서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기회까지 만들어주면 좋겠다.      


2.

관리자와의 관계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통제다. 상대가 내 뜻대로 움직이길 원한다. 내 말대로 따르지 않고 다른 행동을 하면, 즉각 개입하여 바로 잡는다. 어린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 신입사원을 대하는 팀장의 시각이 여기 해당한다. 아직 혼자 알아서 행동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본다.      


적당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상대에게 정보가 부족하거나 판단의 사각지대에 갇혀있을 때, 멘토의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는 보석 같다. 그 선을 넘어 참견이 지나치면 트러블이 시작된다. 내 의견을 주입하느라 상대방 견해를 무시하게 된다. 비록 부족하더라도 상대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야, 상대도 자존감을 잃지 않는다. 자칫 서로 간에 불화가 생기거나 관계가 악화되기 쉽다.     


3. 

두 번째는 방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무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말이 좋아 방목이지 사실상 포기다. 주로 통제를 시도하다 상대와 극단적인 대립을 겪은 뒤, 나 몰라라 포지션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본인 생각대로 해보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망하길 기대한다. 된통 당하고 난 뒤 저자세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 통제의 손길을 자청하길 바란다.      


방치는 관리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관리자라면 최소한 비가역적 실수라도 막아주면서, 안전한 운동장내에서 넘어지고 깨지도록 챙길 의무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아직 모르는 상대와 똑같은 레벨로 말다툼하면서 열 받아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되겠는가. 처음에는 충돌이 줄어 잠시 속편할지 몰라도, 점점 더 큰 사고가 터진다. 수습하느라 몇 배 더 힘들어진다.     


4.

세 번째는 소통이다. 상대방의 의사결정 자체에는 개입하지 않으면서 중간과정에서 충분히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양질의 데이터와 새로운 관점을 계속 전달한다. 상대는 자신의 결정권이 침범 당했다고 느끼지 않으므로, 훨씬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임한다. 주도권 전쟁을 벌이지도 않으니 서로 부딪칠 일도 거의 없다. 평화의 시대가 열린다.     


관리자가 생각해야 할 포인트는, 최악의 순간 상대의 결정권을 강제로 빼앗을 수 있는지 여부다. 5살 어린아이라면 콘센트 근처에서 젓가락들고 얼쩡거릴 때, 위험한 이유를 한창 설명하다 말이 안통하면 강제로 빼앗을 수 있다. 32살 먹은 아들이 아무개처자와 결혼하겠다고 나섰을 때, 결사 반대한다고 해서 끝까지 결혼을 막을 수 있는가. 결정권이 상대에게 있다면 좋든 싫든 소통으로 접근해야 한다.     


5. 

이때 중요한 핵심이 바로 ‘적당한 무관심’이다. 사사건건 참견하는 통제도 아니고, 완전히 신경끊고 내버려두는 방치도 아니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는 재료를 충분히 던져 주었다면, 얼마동안은 한발 물러서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보아야 한다.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행동을 할지, 상대방이 결정할 기회를 주는 단계다.     


관리자 입맛대로 깔끔하게 지시를 따르면서, 완벽하게 일처리를 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해보고 실수하면서 깨닫고 성장하면 된다. 건강하게 넘어지고 상처를 치유하면서, 안전하게 발전할 권리까지 빼앗으려 들면 안 된다. 안전거리를 지키는 적당히 무관심한 태도야 말로, 진정한 멘토이자 현명한 관리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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