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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13. 2023

@소통잡화점 971 <선택은 기준 따라 뽑는 선발과정~

@소통잡화점 971

<선택은 기준 따라 뽑는 선발과정이 아니다>     


1.

“이번에는 정말 합격할 줄 알았는데 또 떨어졌네요ㅠㅠ.”

입사면접에서 또 고배를 마셨다고 너무 좌절할 필요 없다. 그저 서로 취향이 안 맞았을 뿐이다. 내 취향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고, 나를 원하는 취향의 회사를 더 꼼꼼히 찾아보면 좋겠다.      


2.

누군가를 고르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선발이고 또 하나는 선택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그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계속 번지수를 맞추지 못한다. 선발은 기준에 따라 뽑는다. 항목별 배점이 확실히 정해져 있고, 등수개념도 분명하다. 환산점수 몇 등까지 합격이면, 그 아래 등수는 점수가 모자라서 불합격이다.     


반면 선택은 취향에 따라 뽑는다. 눈여겨보는 항목들은 정해져 있지만, 최종 결정은 어디까지나 뽑는 사람 마음이다.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다. 왜 탈락했는지 이유를 물어도, 명쾌한 해명을 듣기 어렵다. 내부규정에 의해 판가름 났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돌아온다. 이유를 정확히 모르니 다시 도전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3.

4대4 미팅자리에 여왕벌이 나타났다. 모든 남성이 사랑의 작대기를 집중하고 있다. 그 여성은 3번 선수를 선택한다. 다들 의아해한다. 3번은 키도 작고 얼굴도 평범하며, 직장도 최고가 아니다. 나머지 멤버들이 이의를 제기하지만 아무 소용없다. 그 여성이 3번을 고른 이유? 그냥 마음에 들어서다.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으며, 그 결정이 부당하다고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너무 스펙이 뛰어나면 안 뽑아요. 곧 더 좋은 회사로 가버릴테니까요.”

미국의 회사면접에 “Over Qualified”라는 용어가 종종 등장한다. 그 회사에서 원하는 기준보다 너무 높은 스펙을 가진 사람이 지원하면, 수석합격이 아니라 불합격 처리를 한다. 말도 안 되는 부당한 처사라고 말하기 어렵다. 회사는 공정하게 선발할 의무 대신,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인재를 뽑는 자유를 택한다.      


4.

선택을 선발로 오해하면 스펙위주로 성공가능성을 추측한다. 내가 저 사람보다 스펙이 뛰어나니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고 착각한다. 마음에 드는 여성의 남자친구보다 키도 크고 잘 생기면, 자신이 골키퍼를 가뿐히 제치고 새로운 남친이 될 수 있겠다 상상하는 꼴이다. 선택은 절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연인을 구하든 신입사원을 뽑든, 뚜렷한 취향이 작동한다. 어느 구직자는 구인공고에 나온 직무분석조차 꼼꼼히 읽지 않고 면접장에 들어간다. 태어날 때부터 이 회사만 바라보며 자랐고, 뽑아만 주신다면 뼈를 묻겠다는 당찬 포부만 밝힌다. 옆자리 사람은 회사에서 원하는 상품구매 사이트 코딩경력을 어필한다. 자신 같으면 이 회사 홈페이지를 이런 식으로 개편해 보겠다고 아이디어를 낸다. 당신이 면접관이면 누구를 뽑겠는가.      


5. 

선발에서 탈락한 사람은 그 기준에 부합하도록 더 노력하면 된다. 선택에서 탈락했다면 자신이 상대방의 어떤 취향과 맞지 않았는지 부터 면밀히 따져보자. 그 취향을 도저히 맞출 자신이 없거나, 자신의 취향과 너무 다르다면 과감히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남들이 제 아무리 가고 싶어 하는 회사라도, 취향이 맞지 않는 회사라면 서로 비극이다.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취향은 맞출 수 있겠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취향이 그리 간단한 문제였다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1년도 못 버티고 퇴사하는 엘리트 직원들이 왜 그리 많겠는가. 대기업이든 대학이든 무조건 스펙이 뛰어난 사람만 우선 선택하던 시절은 지났다. 자신과 그 회사가 서로 딱 맞는 궁합이니, 나를 안 뽑으면 당신들만 손해라는 주장을 펼쳐야 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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