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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16. 2023

@소통잡화점 974 <따로 쪼개기보다 네트워크 분석이~

@소통잡화점 974

<따로 쪼개기보다 네트워크 분석이 중요하다>     


1.

“청소기 고장 났다고? 가져와봐, 이래봬도 나 공대 나온 남자야.”

호기롭게 부품을 분해하여 마루 가득 펼쳐 놓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고장 원인을 찾기는커녕 다시 조립하지도 못한다. 이대로는 AS센터 가져가기도 어려우니, 그대로 버리게 생겼다. 순식간에 마루 공기가 차갑다, 싸늘하다. 팔짱낀 채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서 있는 와이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오늘 저녁 친구들과의 술약속은 취소해야 겠다.     


2.

분리는 쉽다. 서로 맞물려 있는 연결고리만 잘 해체하면, 하나씩 하나씩 뚝뚝 떨어진다. 겉으로 안보이던 저 작은 나사못까지 모두 풀어서 빛을 보게 하면, 무슨 대단한 영광이 있을 줄 알았다. 분해가 모두 끝났지만 결국 수백 개 부품을 눈으로 확인만 할 뿐 고장을 고치지는 못한다.      


전문 기술자들은 절대 섣불리 해체부터 하지 않는다. 완성품 그대로 두고 여기 저기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여러 버튼도 눌러본다. 이상한 소리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인다. 운이 좋으면 옆구리 한방 가격한 뒤 저절로 쌩 돌아가기도 한다. 영화 아마겟돈에서 러시아조종사의 스패너 두드리기 신공이 아니었으면 그들은 혜성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옆에서 보기에는 황당해 보여도, 전문가는 아무 곳이나 마구 두드리지 않는다.     


3.

부품을 분해할 때와 합쳐놓을 때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제품이 바로 인간이다. 우리 몸을 완벽하게 해체하면 결국 물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등이 전부다. 누가 그런 물질을 재료로 주고 사람 한 번 만들어 보라고 해도 절대 못 만든다. 심지어 인간과 침팬지는 DNA가 98.8% 일치할 정도인데, 만들어진 결과물은 너무도 다르다.     


이 원리는 고장을 고칠 때도 똑같이 중요하다. 어느 하나의 재료에 하자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하나하나 검토해 보지만, 성분단계에 해당하는 뼈와 근육, 세포 등에 아무 문제 없을 때가 많다. 그 사각지대를 메우는 개념이 바로 기능의 관점이다. 몸속 어느 부품에 결정적인 하자만 없다면, 실제로 작동하며 돌아가는 상태를 지켜보고 그에 맞추어 교정하고 치료하는 편이 낫다.      


4.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회사마다 HR팀이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원 한 명, 팀장 한 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을 철저히 분석하고 특성을 파악한다. 장점과 단점까지 고려하여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 낸다. 이만하면 가히 어벤져스급 드림팀이다.      


의기양양하게 실전 결과를 지켜본다. 이게 웬일인가. 최고를 기대한 팀은 바닥권을 헤매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엉뚱한 팀이 최고의 성과를 낸다. 구성원 면면을 살펴보면 절대 이런 일이 생길 수 없다. 도대체 어디서 실수가 생겼을까, 아무리 분석해봐도 원인을 찾을 수 없다.     


5. 

좋은 재료를 쓰면 맛있는 요리가 나오고, 좋은 부품을 조립하면 훌륭한 제품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결과는 기대와 다를 때가 많다. 재료와 부품의 품질이 최종 아웃풋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구성요소 간에 영향을 주고 받는 네트워크의 관점까지 들여다 봐야 한다. 스포츠에서는 팀워크이고, 요리에서는 배합이라고 부른다.      


우리 부서 실적이 아쉬운 이유를 김대리와 이대리 능력 탓으로만 돌리면,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기는 좋다. 과연 그 두 명을 다른 멤버로 바꾸면 당장 실적이 두 배로 오를까. 네이비씰 훈련사례를 보면, 오히려 리더를 바꾸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훈련성적 꼴찌 팀에 최고 리더를 배치하자 금방 톱클라스로 순위가 수직상승했다. 그만큼 리더십이 네트워크 관리의 핵심이다. 나머지 구성원들도 자신들 능력에 한탄하며 패배주의에 젖지 말고, 어떤 식으로 시너지효과를 높일지 리더와 함께 고민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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