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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17. 2023

@소통잡화점 975 <행운에만 집착하면 생존가능성이~

@소통잡화점 975

<행운에만 집착하면 생존가능성이 떨어진다>    


1.

“나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는데. 그런 내용은 시험에 안 나오니까 걱정마. 설마 나오겠어?”

두둥, 어김없이 그 문제는 시험지에 등장한다. 시험 직전 나에게 질문했던 친구는, 급히 참고서를 뒤적거리고 정답을 맞혔다. 밤새워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도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안 나오는 학생은 고질병부터 고쳐야 한다. 바로 행운에 기대는 ‘설마병’이다.      


2.

시험에 안 나온다고 말한 이유는 간단하다. 외우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어 서다. 귀찮고 번거로우니 시험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어느새 그 문제는 신포도로 둔갑한다. 그런 자기합리화가 매번 틀리면 누구나 금방 정신을 차리겠지만, 우연히 들어맞을 때가 있으니 문제다. 사람은 꼭 자기 유리한 기억만 저장하고, 찔리는 장면은 모두 삭제한다.      


처음에는 군데군데 특이한 정보 몇 가지만 패스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통과하는 내용이 점점 많아진다. 급기야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노력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하는 질문까지 튀어 나온다. 공부든 노력이든 극한에 부딪쳐 본 사람은 그런 말을 안 한다. 꼭 시작도 안 해본 사람들이 그렇게 철학자의 길을 택한다.    

 

3. 

노력과 노오력의 차이는 간단하다. 노력하는 자는 하고 싶은 부분을 자신이 정한다. 해야 하는 일과 안 해도 괜찮은 일은 척보면 다 안다. 손쉬운 일 위주로 처리하니 매순간이 즐겁고, 시간가는 줄도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본인이 통과한 내용에 부딪치면 갑자기 뻔뻔해진다. “이런 일은 아무도 처리 못해. 내가 모르면 남들도 당연히 모르는 거야.”     


노오력하는 자의 사전에는 ‘행운’이라는 단어가 없다. 어떤 내용을 보고 듣든 언젠가 써 먹을 순간이 닥친다고 생각한다. 사무실이 난리가 났다. 거래처에서 급한 연락이 왔는데, 하필이면 팀장님이 휴가 중이라 연락도 안 된다. 김대리가 나서더니 필요한 서류를 척척 찾아낸다. “팀장님이 서류 제목리스트를 출력해서, 캐비닛 안쪽 면에 붙이시는 모습을 유심히 봐 두었거든요.”     


4.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양성만이 살 길이다. 무슨 일이 생길지 미리 알 수 없으니, 이것저것 모두 챙겨두면 유리하다. 돌발변수 단 한방에 와르르 전부 무너져 내리면 다음 기회도 없다. 어떻게든 버티고 생존해야, 기나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 인생초반, 사회초년 시절에는 무조건 많이 알려고 노력하면 좋다. 알아서 해가 될 정보는 없다.      


어찌 보면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희박한 확률로 일어나는 그런 일 때문에,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어야 한다니 너무 억울하다. 그게 인생이다. 살다보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기도 하고, 누구는 그 벼락에 맞기도 한다. 미리 대비하여 모면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단순히 운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5. 

“내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건전지를 종류별로 다 챙겨왔지.”

다 같이 놀러갈 때 여행 가방이 초대형인 사람이 있다. 1박 2일 여행 다녀올 뿐인데, 통째로 이삿짐을 싸서 들고 온다. 차에 모두 실을 수도 없어서, 큰 차를 빌리느라 비용도 훨씬 더 들었다. 물론 모기에 물려 퉁퉁 부은 친구를 구해준 일은 감사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다.     


다양성도 좋고 대비책도 좋다. 다만 자신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일상의 일까지 모두 망치면, 완전히 주객이 뒤바뀌는 꼴이다. 구석구석 공부하며 100점 만점을 노리는 자세는 훌륭하다. 다만 본인 역량이 부족하여 10페이지까지만 달달 외우고, 기출문제는 다 풀지도 못한 채 시험 보면 50점이다. 핵심부터 먼저 익히고 심화에 들어가야 실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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