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22. 2023

@소통잡화점 978 <실수를 만회하기 힘든 이유>

@소통잡화점 978

<실수를 만회하기 힘든 이유>     


1.

“중간고사는 공부법을 몰라서 망쳤지만, 다음에는 잘 해낼 수 있어.”

성적표를 받아들고 눈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나는 할 수 있다 구호까지 써 붙였다. 하루 15시간씩 공부하겠다며 필승을 다짐한다.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면 어느새 멘트가 바뀌고 만다. “행복이 꼭 성적순은 아니잖아.”

     

2.

의외로 실수 그 자체는 별 문제가 아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더라도 얼마든지 만회할 기회가 있다. 관건은 실수 그 다음의 행동이다. 기회를 잘 살리는 사람이 생각보다 드물다. 주위 사람들도 그가 이 정도 실수는 금방 메우고 쑥쑥 도약하리라 기대했는데, 그대로 레벨이 굳어지며 30년이 주욱 흘러가 버릴 줄이야.    

 

마음부터 너무 조급하게 먹었다. 무턱대고 주식투자하다 반 토막이 났으면 일단 자신의 실패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부가 부족했든 리스크관리를 못했든 자신이 감당 못한 부분부터 체크하고 차근차근 보완해 나가야 한다. 눈앞의 실수를 인정 못하고 오기를 부리는 순간 망조가 들기 시작한다. “나는 원래 이 정도 수준의 사람이 아니야, 운이 없었을 뿐이야. 한방에 역전할 수 있어.”     


3.

반 토막은 50% 손실이지만, 한방에 만회하려면 100% 수익이 나야 한다. 두 배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말 가능한가.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두기 시작한다. 20%, 30% 수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테마주, 작전주, 바이오주 은밀한 정보들만 찾아 헤매고 옵션도 기웃거린다. 결과는 뻔하다. 그런 식으로 인생역전이 된다면 다들 왜 그 고생을 하겠는가.     


실수는 최소 5번으로 나누어 조금씩 이겨낼 마음을 먹으면 좋다. 처음 1년 동안 반 토막이 났다면, 다음 1년간 평소보다 20% 초과달성을 목표로 잡는다. 5년이면 원상복구가 된다. 당장 대박을 꿈꾸는 사람에게 이런 시나리오는 성에 차지 않는다.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 보자. 5년동안 실수만 청산하고 나면 매년 20%씩 초과수익 시작이다. 결코 적지 않다.     


4.

주 3회 운동 지시를 받은 사람이 첫 주를 그냥 놀았다. 두 번째 주부터 각성하고 주 3회 운동을 시작하면 괜찮을까. 지난 주 공백은 그대로 남아있다. 주 6회를 해야 겨우 평균 주 3회가 된다. 원래 해야 할 분량의 두 배로 갚아야 지난날의 과오가 커버된다. 일주일에 3번도 못하던 사람이 갑자기 6번 운동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는 어렵다.     


개과천선하여 새사람이 된다고 해도 아직 트러블은 남아있다. 첫 주의 게으름을 자책하며 주 6회 열심히 운동했지만, 이번에는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 주 6회를 감당할 체력이 아니므로, 곧 여기저기 부상이 생긴다. 치료받느라 1달동안 통째로 운동을 쉰다. 한참 쉬다보니 이제 운동은 영영 안녕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했다가 3개월만에 중도하차하는 시나리오다. 괜히 의욕만 앞선 결과다.     


5.

실수를 이겨낼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량도 고려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노력이어야 실수를 제대로 만회할 수 있다. 원하는 목표에 해당하는 딱 그 수준으로만 노력해도 안 된다. 이미 저지른 실수를 메우지 못하고, 밀린 숙제는 계속 남아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지금 자리에 안주해도 안 되고, 마음만 앞서 너무 오버페이스해도 곤란하다. 20~30% 더 분발하는 노력만 하려고 해도 결코 만만치 않다. 실은 노력보다 마음가짐이 더 어렵다. 그 살짝 벅찬 노력을 꽤 오래 유지해야, 전체 평균이 겨우 본전에 가까워진다. 처음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만회에 필요한 오랜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실수하고 조급해 하다 지치고 포기하고… 결국 멘탈이 문제다.


작가의 이전글 @소통잡화점 977 <좋은 리더는 가슴에 불을 지르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