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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21. 2023

@소통잡화점 977 <좋은 리더는 가슴에 불을 지르는~

@소통잡화점 977

<좋은 리더는 가슴에 불을 지르는 사람>     


1.

“월요일이네, 이번 주도 힘내보자구.”

볼수록 희한하다. 영업 3팀은 월요병도 없다. 출근하는 김동식, 장그래 표정이 너무 밝다. 우리 팀원들은 8시 59분 40초에야 겨우 사무실로 기어 들어오는데, 그 팀은 8시부터 나와서 커피 마시면서 웃고 떠든다. 처음에는 이상하게만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부럽다. 전부 오차장님의 힘이다.     


2. 

따지고 보면 우리 팀장님도 좋은 분이다. 실적 잘나올 만한 아이템으로 프로젝트도 딱딱 잘 물어 오신다. 팀원들은 인사고과에 따로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누가 봐도 최고의 팀이지만 다들 영업 3팀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하 호호 웃음을 나누고, 하이파이브를 쳐대는 그 팀의 일원이 되었으면 한다.      


언뜻 유능한 사람이 좋은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 리더의 우산 속에만 들어가면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인 줄 안다. 조금만 지나면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승진이 조금 빠르고 늦고, 월급 10만원 먼저 오르고 나중에 오르고는 큰 차이가 없다. 길게 보면 결국 다 만난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 은근과 끈기로 꾸준히 노력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세상은 그에 보답한다. 관건은 속도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3. 

성공의 문앞에서 주저앉는 이유는 중간에 자꾸 멈추기 때문이다. 오래 하다보면 재미가 없고 지친다.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고,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앉아 있는지 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진다. 실적 신경 쓰면서 아웅다웅 노력하느라 너무 힘들다. 점점 의욕이 없어지고 만사가 귀찮다.      


두둥, 바로 이때 오차장이 등장한다. 어설프게 한마디 툭 꺼낸 아이디어를 내 기획안으로 꾸며, 기어이 나의 성과로 인정받게 해주신다. 거래처 직원이 말도 안 되는 횡포를 부리면, 더 흥분하며 대판 싸워주신다. 와이프 병간호 하느라 밤을 새우고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갑자기 사우나로 외근을 보내 주신다. 포기하고 싶어도 절대 포기할 수가 없다.      


4.

지치고 힘들 때 내게 기대라며, 언제나 내 곁에 서 있는 그 분이야 말로 정말 좋은 리더다. 대단한 테크닉과 노하우를 전수해 주시지 않아도 괜찮다. 전쟁 같은 치열한 세상 속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간이고 쓸개고 모두 내어 드리고 싶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월요일이 되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소풍가는 초등학생처럼 마냥 신난다.     


위나라에 오기라는 장수가 있었다. 전쟁을 치르던 어느 날, 병사 하나가 심한 종기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다. 얼른 말에서 내려 그 병사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 낫게 해주었다.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한다. “오래전 그 장군이 우리 남편의 종기도 빨아 주었습니다. 감동한 남편은 전쟁 중 목숨 걸고 돌격하다가 죽고 말았죠. 저 아이 운명도 너무 뻔하여 울음부터 나오는 군요.”     


5. 

사람의 행동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리더의 헌신적인 행동에 진한 감동을 느낀다. 또 다른 사람은 오차장이든 오기 장군이든 궁극적으로 자신의 성과를 위해, 가식적인 행동을 한 쇼맨십의 대가라며 깎아 내리기도 한다. 


비웃는 사람들에게 묻겠다. 정답을 아는 쉬운 문제를 출제한다. “당신 부하직원이 확실히 충성을 맹세하게 될 테니, 등의 종기를 빨고 거래처 마동석같은 박과장과 대신 싸울 수 있습니까?” 그 부하인들 가식이 아닐까 의심하지 않았겠는가. 리더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의 행동이 부하의 가슴에 확실히 불은 질렀다. 한 번 뜨거워 본 적도 없으면, 연탄재 함부로 걷어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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