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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24. 2023

@소통잡화점 980 <남에게 신경 쓰는 심리의 본질>

@소통잡화점 980

<남에게 신경 쓰는 심리의 본질>     


1.

“이번 주 내내 돈가스 먹고 싶었는데, 오늘 비가 내리니 다들 짬뽕 먹겠구나. 그럼 나도 짬뽕이나 먹어야 겠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본 의식의 흐름이다. 이런 패턴을 ‘제 3자 효과’라고 부른다. 나와 너 말고 저만치 떨어져 있는 엉뚱한 제 3자를 의식하면서 내 판단에 영향을 받는 심리다.     


2. 

제 3자 효과의 유래는 2차 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군과 미군이 대치하던 어느 전쟁에서, 일본이 선전전을 시작한다. 알고 보니 미군내 흑인병사가 많았다. 일본은 유색인종과 싸울 생각이 없으니, 흑인들은 어서 투항하고 전쟁에서 빠지라고 했다. 일본군은 흑인들이 이탈하기 시작하며 전쟁에서 유리해지길 기대했다.

      

선전전 효과는 엉뚱한 쪽으로 드러났다. 일본군 선전내용을 보고 흑인병사보다 백인장교들이 먼저 영향을 받았다. 일본군은 백인장교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멘붕에 빠졌다. 백인장교들은 흑인병사들이 흔들리면서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패배가 뻔하다고 예측한 뒤, 서둘러 부대를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일본군은 손도 안대고 코를 풀었다.     


3. 

제 3자 효과는 TV나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더욱 부각되기 시작한다. 방송에서 선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그 내용을 접하고 있는 본인보다 남 생각부터 먼저 한다. 자신은 그런 기사를 보더라도 이성적인 판단을 잃지 않는 합리적인 사람이라 자처한다. 아무리 3S 정책을 쓰더라도 본인에게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며 자신만만해 한다.     


반면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백성들이 걱정된다. 그들은 본인처럼 냉철하지 못하니,어리석게도 저 기사에 온 정신을 빼앗길텐데 어쩌면 좋을까 염려한다. 본인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남들은 자신보다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그들을 위하는 구국충정의 심정으로 저런 안 좋은 기사는 빨리 내리라고 소리친다. 어떤 내용에 대해서든 규제하고 검열하자는 주장이 쉽게 힘을 얻는 이유다.     


4. 

한 단계 더 심화하면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나온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무지몽매하다고 생각하고 혀를 끌끌 차며 신경쓰지만, 본인 마음 한구석에는 왕따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전체에서 자신만 외로이 소외되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되기 시작한다. 불안이 커지면서 결국 내가 예상하는 그들 생각의 흐름대로 자기 마음을 바꾼다.      


애초에 자신은 미디어 영향을 안 받지만, 남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남들에게서 동떨어진 사람이 되기 싫다며 남들 의견대로 따른다. 대중심리에 대한 이론이 많이 나와 있고, 사람들도 머리로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소용없다. 실전에서는 추풍낙엽이다. 예나 지금이나 3S 정책은 계속 유효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제 3자 효과가 여론을 형성해 간다.     


5. 

다시 짬뽕으로 돌아가 보자. 오늘 날씨에 남들이 모두 짬뽕을 먹겠구나 생각했다면, 제 3자 효과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거기까지는 좋다. 주체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측하는 판단력은 중요하다. 그 이후가 문제다. 남들 짬뽕 먹는데 나만 빠지기 싫다며 내 결정을 바꾸면, 어느새 제 3자 효과에 휩쓸려 자기결정권을 잃어버리고 만다.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고 자만하는 순간 망한다. 남들과 다르다며 의기양양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쉽게 무너진다. 사람은 누구나 주위 사람들 의견에 영향받기 쉽고, 미디어에 마음이 흔들린다.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며 매순간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나 역시 남들처럼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부터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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