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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27. 2023

@소통잡화점 981 <팀 프로젝트는 없다>

@소통잡화점 981

<팀 프로젝트는 없다>     


1.

“자, 이번 조별과제 리포트는 5명씩 짝을 지어서...”

교수님의 저 말씀만 들어도 벌써 위산이 치솟는다. 조장 정하기도 어렵고, 너도 나도 발표만은 절대 안 한다고 버틴다. 총대 매는 심정으로 누군가 발표를 맡지만, 발표 전날 밤 12시 50분이 되도록 아무 자료도 도착하지 않는다. 모두 연락두절이다. 발표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밤새워 자료 찾고 PPT까지 만든다. 도대체 조별과제는 누가 만들었을까.     


2.

“팀워크를 키우려면 팀 단위로 움직이며 작업을 해봐야 해요.”

물론 취지는 잘 안다. 세상에 나가면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남들과 협업하며 업무처리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라면 팀마다 선배나 조교를 배치시켜 교육의 효과를 높였어야 한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비자발적 팀플레이는 무조건 실패다.      


내 생각은 이렇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과제를 부과하면 일일이 읽고 채점하느라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팀이라는 명목으로 리포트 개수를 줄이면, 훨씬 부담이 덜하리라 생각하셨을 수 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덩치 큰 일에 사람만 두세 명 배치하고 알아서 해오라고 하면, 도대체 리더는 왜 필요한가.     


3. 

진정 초심자의 발전을 위한다면, 일당백 작업을 미션으로 던져야 한다. 혼자 여러 가지 일을 전부 도맡아 처리해보면 안목이 넓어지고 업무력도 금방 좋아진다. 잠시나마 리더의 입장이 되어, 전체의 시각으로 업무를 바라본다. 카메라 줌렌즈로 광각과 접사를 오가면,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    

  

상대가 아직 부족하다는 핑계로 업무를 잘게 잘게 쪼개주기만 하면 발전하기가 어렵다. 혼자 하나의 완결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밥도 지어보고 죽도 지어보고 해야 실력이 좋아진다. 누군가 조별과제 리포트 미션을 땡땡이 치고 잠수했다면, 분노의 역류에 휩싸이는 대신 그에게 감사하라. 당신의 역량을 키워준 고마운 은인이다.     


4. 

도저히 혼자 처리할 수 없는 복잡한 일도 있다. 그때는 리더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리더라는 사람이 팀프로젝트만 던져 놓고, 그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 리더 자신이 그 책임자가 되어, 조직원 하나하나의 업무를 부여하고 직접 관리해야 한다. 팀이 2개로 나눠지면, 리더는 두 군데 모두 왔다 갔다 하면서 전체를 통솔해야 한다.      


리더가 사장님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채로, 나머지 병사들에게 “돌격 앞으로!” 외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리더가 제일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 말해도 따를까 말까다. 리더는 말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모두 리더의 행동만 쳐다보고 있다. 리더보다 딱 한걸음 뒤에서 참새 짹짹 외치며 졸졸 따라간다.     


5. 

리더가 팀워크를 챙기며 큰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려면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 팀원들에게 개별 미션을 부여하더라도, 팀 전체의 목표부터 모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각자 자기 일에만 집중하느라 큰 그림을 못 보면 서로 손발을 맞추기 어렵다. 팀원끼리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공정해야 한다.

      

“자, 내가 조장을 맡았으니 다들 임무를 나눠줄게. 각자 정리할 부분은 여기 적은 대로야. 발표자는 자료조사 절반만 하기로. 투표한 대로 우리 조 목표는 B+에 맞춘다. 자료는 발표일 3일전까지 제출할 것. 기한 넘기면 그 부분은 다른 사람이 대신하고 그 사람 이름은 빼기로. 단톡방 메시지 반나절넘게 읽지 않고 답도 안하면 탈락. 파트마다 정리한 사람 이름은 모두 PPT에 넣어서 교수님께 제출할테니 그렇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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