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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29. 2023

@소통잡화점 983 <도움을 거절하더라도 예의는~

@소통잡화점 983

<도움을 거절하더라도 예의는 지켜야 한다>     


1.

“제가 좀 들어 드릴게요. 짐이 너무 무거워 보이시네요.”

/“내가 이 정도 가방도 못들만큼 허약해 보여요? 됐어요, 관두세욧!!”

지하철에서 짐 들어드리겠다고 한마디 꺼냈다가 망신만 당한다. 얼굴이 빨갛게 되어 자리를 피한다. 다음부터는 절대 호의를 베풀지 않으리라 굳은 다짐을 한다.      


2.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누구나 애틋한 마음이 든다. 엄청 자상하고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은 벌써 행동에 옮겼고, 주저하는 사람은 타이밍을 놓쳐 버린 차이다. 맹자는 사람의 이런 태도를 본질적인 선한 마음이라고 주장한다. 우물로 기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면, 그 누구라도 달려가 일단 구하고 보니 말이다.     


때로는 나의 선한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분명 좋은 의도로 한 말과 행동인데, 상대에게는 불편을 주거나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받는 사람은 그 의도를 대충은 짐작하면서도, 자신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 때문에 승질부리고 짜증을 낸다.      


3. 

“김대리, 그 기획안 잘 진행되고 있어요? 그런 큰일을 처음 맡았을 때, 나도 엄청 부담스러웠거든요. 이리 가져와봐요, 같이 한번 살펴봅시다.”

좋게 보면 배려지만 안 좋게 보면 참견이다. 핵심은 좋게 또는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모두 상대방 마음에 달려있다는 데 있다. 내가 아무리 친절하고 공손하게 말해도, 상대방 눈에 불친절하게 비치면 끝이다. 내 말투의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상대의 귀가 고장 났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김대리가 그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면 거절할 수 있다. 거절 그 자체는 죄가 아니다. 다만 예의를 지키지 않고 함부로 말하면 그 때는 문제가 된다. “팀장님 눈에는 제가 만년 대리로만 보이세요? 저도 벌써 대리 3년차라구요. 이 정도 일은 저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그냥 내버려두세요.”     


4. 

도우려다 면박을 당하면 무안하다. 애초에 기립박수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 정도는 듣고 싶었다. 칭찬은 고사하고 공격적인 멘트만 잔뜩 듣고 나면 그 충격은 따따블이다. 졸지에 나쁜 사람 취급받았다고 생각하니, 그만큼 더 무안하고 부끄럽다. 다음에는 도와달라는 말을 들어도 선뜻 나서기가 부담스러워 진다.     


당신의 호의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다들 내 살길 찾기 바쁜 세상에,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관심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머리 쓰담쓰담이다. 상대나 상황에 따라 빛을 발하지 못했다고 해서, 당신 마음속 그 촛불을 함부로 꺼뜨리지 말라. 어느 순간 당신의 촛불이 누군가의 초에 불을 붙일 날이 다가온다.      


5. 

매너와 예의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지켜야 할 기본 태도를 말한다. 물론 법적으로 정해진 규칙이 아니므로, 어긴다고 누가 뭐라 하지는 않는다. 대신 인간세상 불문율에 위배되므로, 사람들이 점점 멀리하기 시작한다. 특히 한 계단 위에 올라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예의를 어기면, 갑질 소리를 들으며 더 맹렬하게 비난 받는다. 기대치 자체가 높아서 그렇다.      


하물며 남이 나를 걱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라면, 더더욱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표현이 투박하고 내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나를 위하려는 그 마음만은 놓치지 말자. “짐을 들어주시려구요? 어이쿠, 감사합니다. 제 힘으로도 들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셔요.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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