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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Nov 30. 2023

@소통잡화점 984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소통잡화점 984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끝까지 버티는 사람은 드물다>     


1.

“저기 있던 떡볶이 집이 없어졌네? 어쩐지 손님이 너무 없다 했더니만.”

그 사장님도 야심차게 창업하신 분이다. 심심한데 떡볶이 장사라도 해볼까 했다가, 생각만큼 안 되니 그만해야지 하며 쉽게 관두셨을 리가 없다. 전부 피같은 현금과 대출이자가 걸린 치열한 생존게임이다.     


2.

시작은 너무 쉬워 보였다. 근처 왔다 갔다 하는 학생들이 많으니, 가게만 열면 무조건 대박이 날줄 알았다. 다른 떡볶이 집에 자리가 없어 줄서는 사람이 저리도 많으니, 그 중 일부만 끌어와도 충분하다. 집에서 떡볶이 만들면 다들 박수치며 엄지척이니 맛에도 자신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손님보다 파리가 많다는 말이 나의 이야기일 줄이야. 다른 집 기나긴 줄은 더 길어지고, 우리 집은 오신 손님마저 음식을 남기고 간다. 다른 종류 음식점을 운영하는 친구들이 한두 마디 조언을 해주기도 했지만, 그들은 떡볶이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내 판단이 전부 옳으니 좀 더 기다리면 잘 풀릴거야. 그러다 망했다.      


3.

버틴다는 말에 대한 오해가 있다. 내버려두고 가만있으면 방치다. 이름 모를 주식 천만 원 사놓고 깜박 잊어 버렸는데, 10년 뒤에 많이 올라 있다면 버텼다고 할 수 있는가. 진정 버티는 사람은 매일 그 주식을 새로 매수한다는 기분으로 본인 판단을 다시금 냉철하게 돌아본다.      


10년 된 떡볶이 집이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진 비결은 단 한가지다. 어떻게 굴러가든 내버려두지 않고, 매일 아침 새로운 기분으로 10년째 매일 창업하는 중이다. 처음 오픈하면 테이블위 먼지 한 톨까지 신경 쓰고, 식재료 유효기간도 수시로 챙긴다. 3일만 지나면 서서히 무덤덤해지고 1달 지나면 아무 신경도 안 쓴다. 그저 왜 손님이 안오는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푹푹 쉰다.     


4.

회사에서 오래 버티고 정년을 맞이한 분은, 복지부동 엎드려 자리만 지키지 않았다. 하루하루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며 끝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다. 겉보기에는 물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우아해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두 발을 휘저으며 물 위에 떠 있었다.     


어쩌다 프로젝트 한두 개 대박내고 스타가 되는 일은 쉽다. 문제는 큰 실수 없이, 대박이 아닌 기획마저 기본 이상은 하도록 꾸준히 성과를 내는 일이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 한 번의 운을 기대할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부분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고 감안해야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다.      


5. 

“에이, 잘 모르시는 말씀이에요. 다른 사람은 그런 식으로 성공하지 않던데요. 박팀장님도 지난번 그 기획이 대박 나는 바람에 보너스 받고 승진하신 거죠.”

남의 성공은 참 쉽게 만 보인다. 내 몫의 열매를 가로챈 듯, 내 운을 그가 빼앗아 간 기분마저 든다. 팀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퇴근하고 저녁식사 마친 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자율 야근을 한 박팀장의 숨은 열정은 잘 모른다.       


누군가의 성공신화는 성공한 후에 다시 씌어진 각색본이다. 마지막페이지의 ‘그러던 어느 날~’ 부분만 빼고 나면 평범하기 그지없다. 처음부터 대단한 이야기로 여기며 감동받을 준비를 하고 읽으니, 그렇게 엄청나 보일 뿐이다. 잘 포장된 성공신화는 초심자들 마음에 바람만 들게 한다. 일희일비하며 흔들리지 않고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끈기 있게 버텨야 기회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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