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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Dec 05. 2023

@소통잡화점 987 <수용적 태도보다 타협적인 자세가~

@소통잡화점 987

<수용적 태도보다 타협적인 자세가 낫다>     


1.

“너는 무슨 말만 하면 왜 그렇게 자꾸 토를 달아. 그냥 다 받아주면 안 돼?”

사사건건 트집 잡는 사람도 민폐지만, 상대가 무조건 수용해주길 바라는 사람도 문제가 많다. 내 말이 옳든 그르든 전부 맞다 맞다 해주길 기대한다. 정당한 이의제기를 해도 반항하고 공격하는 자세로 여긴다.     


2.

‘수용’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상황을 살펴보자. 그린벨트가 해제되어 토지가 수용되면 어떻게 될까. 국가주도 개발이 대부분이니 거의 강제 수용된다. 즉, 개인의 뜻과 상관없이 국가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보통 공시지가 2배 가격을 매겨주니 이득인 경우가 많지만, 더 비싸게 주고 산 사람은 손해다.      


남이 내 말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때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의 아량으로 내 말을 받아줄지 알 수 없다. 어차피 나는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수용되길 원했으니, 상대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내 기대보다 더 좋게 수용될 수도 있지만, 불합리한 결과가 나올 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 타협의 기회를 차버린 결과다.     


3. 

수용의 반대는 타협이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말하고, 상대가 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밀고 당기고 절충을 벌인 뒤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한다. 타협을 할 때는 내 의지를 주장하는 동시에, 상대의 생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로 간에 주고받고 거래가 잘 이루어지면, 큰 불만 없이 원만히 해결된다.     


수용이 꼭 필요한 상황이 있다. 한 쪽에 타협능력이 없는 경우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장난감이 갖고 싶은데 사주지 않으면, 아이는 마트바닥에 뒹굴며 바닥을 깨끗이 청소한다. 결과는 보통 둘 중 하나다. 무력시위가 통하면 그 뜻이 수용되어 원하는 목적을 이룬다. 통하지 않으면 백배천배 처절한 대가가 따른다. “너 집에 가서 봐.”     


4.

어린이는 일정 나이까지 대부분의 욕구를 수용 받으며 생활한다. 어느 순간 타협을 배우고 성장하면, 어리광을 그만 부린다. 어른인데도 계속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상대에게 수용을 강요하는 사람이 있다. 정서적으로 잘 성장하지 못한 경우다. 내 욕심과 내 마음만 소중하고, 상대방이나 다른 사람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만일 정당한 타협을 요구하는데도, 상대가 이상하리만큼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당신을 엄청나게 예뻐하고 사랑해서 그런다고 생각하기 쉽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상대가 베푼 무한대의 수용은, 머지않아 당신을 향해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훨씬 불리한 수용을 강요받는다. 이미 수용 받은 적이 있으니 거부할 권리조차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5.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지 못하고 어버버하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한다. 타협하는 과정에 자신이 없으니, 상대의 말을 모두 수용하는 척한다. 뒤늦게 억울한 마음이 들어 다른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쏟아낸다. 본인처럼 상대도 수용해주길 기대하면서 충돌이 생긴다.     


성숙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상대와 대등한 자격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내 생각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수용을 바라면 안 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무비판적인 수용도 별로다. 양쪽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예의를 지켜야 한다. 사람사이의 조율은 합리적인 타협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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