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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Dec 06. 2023

@소통잡화점 988 <불안의 대부분은 정보의 비대칭성~

@소통잡화점 988

<불안의 대부분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     


1.

“원장님 설명 들으니까 제 건강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되네요. 그런데…….”

환자분이 계속 주저하시는 눈치다. 어느 막다른 골목에 갇히셨는지 요리조리 한참을 찾았다. 한약을 쓰면 간에 나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씀을 겨우겨우 알아냈다. 내과가면 무조건 나쁘다고 하고, 한의원가면 무조건 괜찮다고 하니 아무도 못 믿겠다고 하신다.     


2.

정확한 판단은 구체적인 정보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에서 나온다. 한약이 나쁘다는 분이나 괜찮다는 분이나 너무 막연하다. 설득이 안 되니 듣는 사람도 수긍하기 어렵다. 말하는 사람조차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설픈 일반화나 자기합리화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당신에게 중간과정을 생략하고 결론만 강하게 주장한다면 일단 경계하라. 상대방 지위가 높고 권위를 가진 사람일수도 있지만, 당신이 납득하지 못하면 다 소용없다. 대부분 진짜 실력자는 자신의 이야기만 계속 늘어놓기보다, 듣는 사람의 눈치를 계속 살핀다. 상대가 갸우뚱하면 끝까지 소통하여 “아~ 그렇군요.” 대답을 기어이 듣고야 만다.     


3.

약이 간에 무리가 가는 경우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 약자체 독성이 아주 강하여 누구에게나 부담되는 경우다. 항암제 같은 초강력 치료가 여기 속한다. 두 번째, 자신의 간자체가 취약한 경우다. 본인 간상태가 남달리 안 좋은 사람은, 무난한 약물조차 부담이 된다.      


세 번째, 특이체질인 경우다. 독한 약이 아니고 환자 몸에도 이상이 없지만, 서로 궁합이 안 맞으면 가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이런 일은 아주 드물고 미리 예측할 방법이 없다. 거의 천재지변에 가깝다. 한번 그런 일을 겪으면 다음부터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4.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지금 환자분은 걱정하실 만한 이유가 없어 보이네요.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3번이 남아 있지만, 그 경우는 한약뿐만 아니라 감기약이나 과일 같은 음식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반응이에요. 부작용 걱정 때문에 양약이든 한약이든 입에도 못 대고 무조건 참기만 하셨다구요. 그렇게까지 조심하실만한 위독한 건강상태는 아닙니다^^”     


갑자기 환자분이 눈물을 왈칵 쏟으신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어디 물어볼 곳도 없이 확신이 되었다고 한다. 생리통으로 회사를 결근하는 일이 있어도 진통제 한 번을 못 먹고, 소화가 안 되어도 소화제 대신 매실차만 드셨다고 한다. 얼마 전 코로나에 걸렸을 때가 가장 고통스런 순간이었다고 하신다.     


5.

“어휴,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일일이 다 물어봐요, 민망하게…….”

소통으로 궁금증을 해결하는 대신, 나 홀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추측성 결론이나 점프점프 논리의 비약으로 이어진다. 상대방은 당황스럽다. 말도 없이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느 포인트가 마음에 안 드는지 알아야, 설명을 하든 타협을 하든 아니면 포기라도 할 텐데 말이다.     


정보가 부족한 사람은 질문하기도 어렵다.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은 사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여기저기서 쉽게 채워 나간다. 어떤 분야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때, 당신은 언제나 잘 아는 입장이거나 모르는 입장 둘 중 하나다. 상대와 자신이 정보의 비대칭성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끝없이 소통하며 판단기준을 동기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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