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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Dec 07. 2023

@소통잡화점 989 <나는 분석당하고 싶지 않다>

@소통잡화점 989

<나는 분석당하고 싶지 않다>     


1.

“김대리는 이대리와 일할 때만 유독 투덜거리는데, 콤플렉스를 느껴서 그러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함부로 아는 척해.”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한 마디 거들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그 누가 어떤 말로 분석하더라도 김대리가 순순히 받아들일 리는 없다.      


2.

“내 말이 듣기 거북했으면 사과할게. 그럼 이대리하고 자꾸 부딪치는 이유를 한 번 설명해 봐.”

/“이대리가 마음에 안 들어, 그..냥..!!”

천하무적 만능 단어인 ‘그냥’이 튀어 나왔다. 아무도 토를 달 수 없고, 그 어떤 이론으로도 해석할 수 없는 막강한 무기다. 그냥 그렇다면 그런 줄 아는 수 밖에 없다.      


본인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대리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나는 항상 공명정대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다. 나한테 싫은 소리 듣는 사람은 인성에 문제가 있다. 스스로 알아서 고치면 좋겠지만, 정 안되면 내가 강제로라도 가르쳐야 겠다고 느낀다.     


3.

콤플렉스 때문이라는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다만 김대리와 이대리 모두 평소 행동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둘이 만날 때만 트러블이 생긴다면 한번쯤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둘 중 한명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가설을 세울 만하다. 무조건 난 아니야 모면한다고 일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수없이 많은 이론이 있다. 내 안의 어린아이 이론부터 트라우마, 선입견 등등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여 해결책을 찾아낸다. 김대리 눈에 이대리가 마음에 안들 수도 있고, 이대리에게 김대리가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잘 따져보면 합리적인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4.

단, 조건이 있다. 각자 본인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서로 자신은 완벽하다고 우기며 상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겸허한 자세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찾아 고쳐보자는 진심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HR팀이 총출동해도 절대 해법을 내지 못한다.     


“그런 심리학 이론 따위 다 헛소리야.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어디 감히 나를 분석하려고 들어.”

어디까지나 선택은 본인 몫이다. 오만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 채 분석을 거부하면,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지내야 한다. 프로이드나 융의 이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그럼 더 나은 대안이 있는가.      


5.

사람이 심리적인 의식의 흐름을 거친 후, 겉으로 보이는 최종모습은 언제나 ‘그냥’이다. ‘장염 설사로 몸이 너무 힘든데, 아침부터 이대리가 자기 일을 떠넘기려고 하네. 평소 같으면 그냥 받아 주었겠지만 오늘은 컨디션도 안 좋으니 도저히 못 참겠다. 한마디 해야겠어.’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은 없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과 비슷한 패턴의 트러블을 반복하고 있다면, 자신의 문제일 확률이 높다. 서로 다른 사람과 같은 종류의 분란을 겪을 때도, 본인이 원인제공을 했을 가능성이 많다. 결론은 간단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지내고 싶은가, 아니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주위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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