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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Dec 12. 2023

@소통잡화점 992 <현명한 리더는 일부러 실수하고~

@소통잡화점 992

<현명한 리더는 일부러 실수하고 사과도 한다>     


1.

“김대리, 언제 실수했다고 뭐라고 나무란 적 있어요? 왜 사실대로 밝히지 않고 이렇게 숨긴 거죠?”

맞는 말씀이다. 다른 부서에 비하면 우리 팀장님은 최고다. 웬만한 사고를 쳐도 묵묵히 혼자 수습하시고, 별 잔소리도 없는 분이다. 그런데도 잘못한 이야기를 밝히기가 왜 이리도 어려운지 모르겠다.      


2.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같은 병을 앓는 환자끼리, 같은 엄마입장으로서, 같은 수험생 입장에 서로 공감하는 정서가 있다. 남한테 털어놓지 못하는 말 못할 고민도 끼리끼리는 마음 편히 털어 놓는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위로를 주고 받는다.   

  

만약 비대칭적인 관계라면 어떨까. 나는 몸이 아픈 환자인데 상대는 아프지도 않으며, 심지어 그 병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는 의료진이라면? 질문하는 족족 정답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조금만 틀린 말을 하면 금방 지적이 들어온다. 부모는 아이 입장을 잘 모르고, 선생님은 학생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낀다. 말문이 막힌다.     


3.

현명한 리더일수록 일부러 어리숙해질 필요가 있다. 주위사람에게 너무 칼이나 컴퓨터 같은 이미지만 주고 있으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한다. 어딘가 허술하고 모자란 구석이 있어야,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며 한발 다가선다. 어느 날은 작정하고 출근시간 5분 늦은 뒤, 리더로서 창피하다며 커피 한 잔씩 쏘아도 좋다.     


가만히 따져보면 세상천지에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철두철미한 팀장님도 어느 순간 깜박하는 일이 있다. 일정관리앱으로 완벽히 관리하다가 어느 날 실수로 데이터가 삭제되면 무슨 일을 놓쳤는지 확인도 안된다. 능력 있는 리더로서 알아서 감추고 커버하니, 나머지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4. 

리더십 관리차원에서 전략 자체를 바꿔보면 좋겠다. 리더가 어떤 종류의 실수라도 저지르면, 숨기는 대신 오히려 뻥튀기자. 사방천지 크게 광고해 보자. 실수가 있었는지 미처 몰랐던 사람에게도, 일일이 친절하게 설명한 뒤 사과한다. 안하던 멘트라 뻘쭘하고 민망하겠지만, 이후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팀장님이 로봇인줄 알았는데, 역시 같은 인간이었어. 우리 팀장님이 달라졌어요.”     


옥에 티가 있다고 가격이 떨어지겠는가. 원래 옥에도 티가 있는 법이다. 티 없이 맑은 보석일수록 오히려 가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자기 스스로는 완벽을 향해 달려가더라도, 남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최대한 감추자. 타인에게 같은 종족으로 인정받아야 서로 스스럼없는 대화가 된다. 말도 못 꺼내는 사이에 잘못을 어떻게 먼저 말할 수 있는가.     


5.

세상 가장 약한 존재는 아이다. 다른 동물은 태어나고 몇 시간이면 뒤뚱거리며 서서 걷기도 하는데,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사람구실을 못한다. 그런 상황속에서 아이에게 부모는 천상계 존재처럼 보인다. 가히 신에 견줄만하다. 밥이라도 얻어먹고 살아남으려면 부모말 잘 듣고 이쁜짓 해야 겠구나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렇게 권력 차이가 심한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도, 부모의 허술한 모습은 위력적이다. “엄마가 도너츠 구워준다고 했는데 깜박했어. 정말 미안해, 사과할게.” 3살짜리 아이에게 부모가 사과하면, 처음에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눈만 끔뻑이다가 이내 엄청 신나한다. 대신 평소에 진짜 부모노릇은 제대로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하루 종일 실수투성이면 어느 순간 아이가 부모 머리위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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