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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Dec 13. 2023

@소통잡화점 993 <훈련과 교육의 콜라보레이션>

@소통잡화점 993

<훈련과 교육의 콜라보레이션>     


1.

“저 신입직원 서빙하는 모습을 보니 일처리가 대단히 훌륭하군. 내일부터 매니저로 즉시 승진시키도록 하게.”

드라마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 서빙을 30년 했다고 해서 그 레스토랑의 수석조리사 역할을 대신하거나, 매니저 역할을 잘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익숙한 일을 단순 반복하는 과정과 새로운 일을 배우는 과정은 전혀 다르다.     


2. 

배운 대로 연습하며 익숙해지는 과정이 ‘훈련’이다. 수석셰프가 내 음식의 부족한 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니,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겠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다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당신은 그때 문제점을 알려준 이후 아무 연습도 안했어요, 그때 실력 그대로일 텐데 어떻게 다시 맡기나요?”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내용이다. 벽에 부딪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고, 어둠속에서 길을 잃고 막막했다. 멘토의 한마디를 들으니 이리도 쉽고 간단히 해결되는데, 그동안 왜 몰랐을까 너무 아쉽다. 이제 듣고 알았으니 나도 멘토만큼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어느 날 기적적으로 완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만 역시나 버벅거린다. “어, 이럴...리...가... 없는데. 분명 그때와 똑같이 했는데?”     


3.

훈련은 지겹다. 배운 뒤 바로 해보면 웬만하면 그대로 잘 된다. 한두 번 성공하면 오만해진다. 정보 한마디로 순식간에 내 실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착각한다. 연습을 꾸준히 반복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라는 멘토의 조언을 듣지만 무시한다. 이미 잘할 수 있는데 연습 따위가 왜 필요한가.     


그 와중에 인내심을 가지고 묵묵히 반복훈련을 견뎌내는 사람이 있다. 매번 같은 행동처럼 보이지만 할 때마다 미묘하게 조건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금씩 변화를 주어가며 일정한 완성도로 작업을 완성하는 경지에 이른다. 훈련은 기술적인 부분 그리고 비슷한 유형이 반복되는 경우에 더 효과적이다.     


4.

교육은 훨씬 더 지겹다. 지금 요리에 더 들어가야 할 소스의 레시피만 얼른 알려주시고 회의를 끝내면 좋겠다. 각 소스의 특징과 유래, 음식과의 상호관계, 역사적인 배경에 이르기까지 저런 일장연설을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분야라도 눈앞의 사건과 별 상관없어 보이는 내용까지 귀를 기울여야 진짜 실력이 좋아진다. 

    

어떤 사람은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여기저기 교육만 찾아다닌다. 몰랐던 사실을 계속 알게 될수록 점점 큰사람이 되어 간다고 느낀다. 급기야 셰프일을 그만두고 1년 내내 공부만 하기로 결심한다. 절에서 3년공부를 마치고 내려왔지만,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다. 훈련없이 교육만 받으면 반쪽짜리다. 배운 만큼 훈련하며 익혀나가는 실전형 성장커리큘럼이 중요하다.     


5.

내 실력보다 어려운 수학문제집을 붙들고 하루 종일 진도 2페이지 나가는 학생이 있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으니 실력이 좋아졌겠지 생각하지만 점수는 그대로다. 반면 하루 종일 학원 강의와 인강만 무한 반복하며 듣는 학생이 있다. 일타강사들 풀이법을 전부 지켜봤으니 이제 됐다고 느끼지만 역시나다.     


성장의 과정은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오늘 겪었던 일 중에서 뜻대로 되지 않았거나 궁금했던 내용에 대해, 사수나 선생님에게 질문한다. 어떤 식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새로운 관점이나 정보의 방향을 들었다면, 열심히 찾아보고 정리한다. 내일은 새로 알게 된 방법으로 시도해본 뒤, 다시 피드백을 받아보기로 한다. 궁금해 하고 배우고 익히고, 실수하고 배우고 익히고... 어느새 공부가 재...미...있다는 불충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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