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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Dec 14. 2023

@소통잡화점 994 <싫은 소리 해야 할 때와 참아야~

@소통잡화점 994

<싫은 소리 해야 할 때와 참아야 할 때의 구별>     


1.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새겨들어.”

꼰대 멘트의 대명사처럼 들린다. 그럼 이 멘트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저 입 다물고 침묵하면 끝인가. 혹시 ‘꼰대스럽지 않은 친절하고도 사려 깊은 멘트가 해법’이라고 생각하는가.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도 가혹한 기준을 들이대고 있는 지도 모른다.     


2.

조언하고 충고하려다 서로 얼굴 붉힌 경험을 하고 나면, 보통은 입을 다물기로 결심한다. 괜히 남 위하려고 했다가, 비싼 밥 먹고 싫은 소리 들을 이유는 없다. 저 사람이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 끊고 지내기로 한다. 같은 부서의 팀원이거나 한솥밥 먹는 직계가족이라도 말 안 통하기는 매 한가지다.      


자기 착각에 빠져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나체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아도, 괜히 나섰다가 봉변만 당할까봐 이만큼 뒤로 물러선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알려주겠지 싶다. 아무도 안알랴줌 하고 버틴다면, 그 역시 저 사람 스스로 감당할 부분이겠지. 누구나 혼자 살아가는 인생이니 각자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낫겠지…


3.

어렵게 한마디 꺼냈다가 상대에게 무안이라도 당하면, 왜 그랬을까 후회하며 손절코스로 들어간다. 단호하게 선을 긋고 상종 못할 인간으로 낙인찍어 버린다. 한참 뒤 누군가 나에게 어렵사리 조언한마디를 건넨다. “김대리, 발표할 때 몸을 많이 흔들거리니까 보기에 불안해 보여요.” 빼액 받아친다.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며 물귀신 작전까지 펼친다.      


나는 남을 손절하고, 또 다른 사람은 나를 손절한다. 서로가 서로를 손절해가는 고립공화국이다. 모두 자기는 정당하고 남들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한명 한명 말만 들으면 세상에 문제아는 한명도 없어야 하는데, 결국 우리 모두가 문제아라는 결론만 남는다.     


4.

‘조언이나 충고’라는 말에 거부감이 생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남이 나를 평가하고 판단한 뒤, 점수를 매긴다는 뉘앙스가 너무 강해서 그렇다. ‘당신은 어리석게도 자신의 결함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군요, 어휴 답답한 사람 같으니……. 지금 알려 줄테니 새겨 들으세요.’     


물론 진짜 그런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자신의 안목이 한 차원 높다고 생각한 뒤, 상대를 교육하려는 마음을 먹으면 당연히 엄청난 반발에 부딪친다. 설사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 해도, 듣는 사람은 본인 잘잘못에 대한 말을 듣는 그 자체가 창피하고 부끄럽다. 짧고 단순하게 정보만 전달하고 끝내야 한다. “저, 선생님. 등에 매신 백팩의 지퍼가 열려 있네요.”     


5.

‘정보성 도움멘트’를 잘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해도, 상대를 봐가면서 던져야 한다. 나아지려는 발전의지가 없는 사람, 또는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도 아무 변화 없이 챗바퀴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후보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악담으로 자동변환시켜 듣는, 희한한 청력을 가졌다.     


관계성의 관점으로도 잘 살펴보자. 일정기간 잠시 보고 그만인 사람인지, 미우나 고우나 꽤 오랫동안 함께 부대껴야 하는 사람인지 따져보면 좋다. 안볼 사람이라면 싫은 소리할 이유가 없다. 남보다 오히려 더 잘 대해주고 항상 웃기만 해야 한다. 만일 당신 주위에 항상 웃음만 짓는 삐에로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미 마음속으로 당신을 정리 해고했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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