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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Dec 21. 2023

@소통잡화점 999 <나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기>

@소통잡화점 999

<나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기>     


1.

“저는 집에 가만히 못 있어요. 사람들 만나서 왁자지껄 떠들고 지내는 시간이 좋아요.”

어린 시절일수록 또래와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 유치원생은 놀이터친구 학원친구가 세상 전부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이 시작되면 조금씩 인간관계가 변해간다. 그 모든 시간을 통틀어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존재가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2.

미국에서 사람들 연령별로 누구와 시간을 주로 보내는지 조사한 데이터가 있다. 20세 이전은 압도적으로 가족이 1위다. 하루 5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다. 20세이후 60세까지는 직장동료 위주로 삶이 돌아간다. 당연하다. 친구는 20세이후 바닥권으로 주저앉아 평생 하위권에 머문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30세~40세가 피크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시간이,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거의 전부라는 뜻이다. 한평생 우리가 보내는 시간 2위는 바로 배우자다. 특히 60대 은퇴이후에는 함께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어린아이 돌볼 때 하루 종일 붙어있는 수준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래봐야 하루 5시간 안쪽이다.     


3.

대망의 1위는 ‘나 홀로’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유행가 가사처럼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제일 길다. 20세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1위가 된 이후, 나이를 먹을수록 그 시간은 급속도로 늘어난다. 60대 이후로는 하루 7~8시간에 육박한다.      


한마디로 하루중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은 혼자 지낸다는 의미다. 자녀도 가족도 배우자도 친구도 없이,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내 인생의 50%가 된다. MBTI가 E인지 I인지는 상관없다. 물론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이라면 그 고독한 시간을 더 외롭게 느낄 가능성이 높겠다. 사회적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미국이 이 정도라면, 한국의 노년층은 거의 90%이상의 삶을 혼자 보내고 있다는 말이다.     


4.

홀로서기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돌볼 줄 알고, 여러 가지 기술적인 부분까지 장착해야 홀로 설 수 있다. 경제적 자기관리는 기본에, 건강도 장기적으로 챙겨 나가야 한다. 자존감을 지키며 정서적인 안정감까지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 삼시세끼 끼니는 당연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삶의 행복과 즐거움도 알아서 찾아야 한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나라는 가족중심으로 사회가 굴러갔다. 구태여 나 홀로 설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부모나 배우자, 자녀에게 의존할 생각만 해왔다. 아쉬울 때는 가족부터 찾았고, 또한 가족의 기쁨을 나의 즐거움으로 삼았다. 이제 1인가구가 40%를 넘어서며 가족 중심주의가 해체되자, 여기저기 마음이 급해진 분들이 많다. 본인은 구성원의 역할에 충실하며 윗세대와 가족에게 헌신했지만, 젊은 세대는 왜 나를 책임지지 않느냐며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5.

사람들이 변했다고 서운해 할 문제가 아니다. 세대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다. 이제 그런 시대가 되었을 뿐이다.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온몸으로 맞서고 버티면 본인만 피곤하다. 시대에 발맞추어 다들 그렇게 변해가며 살아간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그렇게 변해가는 중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남을 위해 산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자기 혼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족을 위해 뼈 빠지게 일했으니 헌신한 만큼 자신을 대접해 달라는 사람도, 그런 의무감을 덜어내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 대안은 없다. 그저 해야 할 일에 몰입하며 이 생활이 최선이겠거니 타협하며 살아왔다. 이제 주어진 위치에 최선은 다하되, 나 홀로 나 자신을 어떻게 챙기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노후준비가 관건이 아니라, 당장 나 자신부터 돌보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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