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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08. 2024

@1006 <플렉스 포상은 보상을 대신할 수 없다>

@1006

<플렉스 포상은 보상을 대신할 수 없다>     


1.

“김대리가 이번 계약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어요. 다들 박수. 짝짝짝”

어떤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여 성과를 내면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 공을 인정하고 상을 제대로 내려야, 일한 사람도 보람을 느낀다. 칭찬에 인색하면 다음에는 아무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     


2.

“최선을 다한다 했더니 이제야 보상을 받았구나, 정말 잘 됐다.” 

‘보상’이라는 말은 이렇게 쓰면 안 된다. 보상은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그 피해를 복구한다는 개념이다. 오래된 물건의 가치를 일부 보충하면서 ‘보상판매’ 하거나, 토지가 그린벨트에 수용될 때 ‘보상금’을 받는 식이다.

      

김대리에게 보상하려면 그 피해 상황부터 따져봐야 한다. 그 계약건 따내느라 1달 내내 야근하며 고생했으니, 그 시간만큼 며칠간 특별 휴가를 주면 좋다. 중요한 데이터 구하느라 비용을 많이 썼으니, 당연히 모두 영수증 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3.

“이번 전투에서 이룬 혁혁한 공에 대해 훈장으로 포상합니다.”

‘포상’은 ‘보상’과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훌륭한 성과를 낸 사람에게 칭찬한다는 개념이다. 우수한 결과를 냈으니 그 공로를 인정하여 등 두드려주며 격려한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포상금’을 수여하는 방식이다.  

   

김대리에게 포상하려면 그 성과의 양과 질부터 따져봐야 한다. 연 매출 100억짜리 초대형 수주를 성사시켰다면,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로 넘어갈 수 없다. 깜짝 놀랄만한 엄청난 성과급을 포상해야 신이 난다. 비용처리 당연한 보상에 조금 더 얹어주는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면 안 된다.     


4.

1년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나 자신을 위해 큰돈을 쓰기로 결심한다. 수십만원하는 오마카세에 가기도 하고, 해외여행 티켓을 끊기도 한다. 포상이다. 평소 같으면 엄두도 못 낼만한 일을 과감히 저지르며,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내 노력을 인정하는 셈이다.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포상하기에 앞서 보상부터 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참고 이겨내느라 심리적으로 많이 무너져 내렸고, 휴일도 없이 근무하느라 몸 여기저기도 쑤시고 아프다. 포상은 포상이고 보상은 보상이다. 일단 하자 보수부터 제대로 한 이후에 포상을 하면 좋겠다.     


5.

보상 없이 포상에만 신경 쓰면 여기저기 ‘플렉스’ 바람이 분다. 인스타에 멋진 장면을 담은 사진을 올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잠시 우쭐하면서 기분은 좋지만, 돌아서면 상처뿐인 영광만 남는다. 나 자신의 피해를 무시하고 포상으로 덮으며 지나면, 어느 순간 한계가 온다. 정신적인 멘붕과 번아웃, 신체적인 피로와 각종 질병이 뒤따른다.      


내가 나에게 포상하는 과정은, 스스로를 치하한다는 뜻이다. 남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나 스스로 나의 최선을 높이 평가한다는 말이다. 괜히 내 포상을 SNS에 늘어놓으며 남의 인정을 갈구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필요한 보상을 받고, 내가 정말 원하는 포상을 받자. 한우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괜히 오마카세가서 큰 돈쓰고 나오면 공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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